‘이준석 돌풍’ 외에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 중 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박근혜 그림자’가 지워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총선 때만 하더라도 ‘박근혜 사면론’과 ‘재평가론’이 심심찮게 나왔지만,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컷오프를 통해 본선 진출이 확정된 5인의 당 대표 후보들 중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내세우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사실상 박 전 대통령에 의해 정계에 입문해 ‘박근혜 키즈’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 이준석 후보를 박근혜 키즈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이 후보는 2017년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이후 줄곧 반박(反朴) 노선을 걸었다는 게 정설이다.

나경원 후보도 줄곧 비박(非朴) 정치인으로 분류됐다. 비슷한 이력을 가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뿐 아니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중용된 반면, 나경원 후보는 박 전 대통령과 뚜렷한 인연을 쌓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 이전에는 친(親)이명박계(친이계)로 분류됐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근거지인 TK(대구·경북) 출신인 주호영 후보도 2017년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했던 멤버다. 그 역시 친이계 정치인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홍문표 후보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긴 전력이 있다. 홍 후보는 지난 5월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정부와 여당에 사면을 구걸할 필요가 없다."며 "수권정당을 만들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은 후 자연스럽게 자연인으로 모시면 된다"고 밝혔다. 

조경태 후보는 적극적인 박근혜 사면론자다. 조 후보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되면 즉각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석방에 대해서 최대한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다. 조 후보는 원래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출신이다. 2016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반발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그런 이유로 ‘친박’보다는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더 강한 편이다.

지난 28일 5명의 후보들은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열린 핵심당직자 간담회에 참석해 자신들이 당 대표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수가 짙게 남아 있는 이곳에서 적극적인 박근혜 마케팅을 펼친 이는 조경태 후보뿐이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