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남성 아이돌그룹 2PM(투피엠), 그중 준호를 좋아한다. 《월간조선》 독자들에겐 다소 낯설지 모르지만, 준호는 데뷔 14년차 실력파 아이돌 가수다.

투피엠은 2008년 ‘짐승돌’이란 닉네임으로 혜성 같이 가요계에 등판해 화려한 퍼포먼스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단숨에 정상에 올랐다. 요즘 아이돌그룹은 가냘프고 여성스런(?) 이미지로 어필하지만, 투피엠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남성미 넘치는 잔근육을 언뜻언뜻 보여주는, 현란하면서도 절제된 춤선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투피엠 준호는 데뷔 초창기, 다른 멤버들에 비해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아이돌그룹이 으레 거쳐야하는 관문이자 재미와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진지함을 앞세워 눈에 띄지 못했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노래와 안무에 있어 특유의 섹시함을 발산했고, 연기에 있어선 정확한 발음과 ‘천의 얼굴’로 안방극장과 충무로를 사로잡았다.  

모든 아이돌 가수가 그렇듯, 준호도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가져야했다. 그는 투피엠 멤버 중 가장 늦은 2019년 입대해 올해 3월 소집해제했다.

보통 연예인이 입대하면 대중의 뇌리에서 잊히기 마련이지만 준호는 달랐다.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동안 준호는 이른바 ‘역주행’했다. 역주행이란 인기를 끌만한 요인이 없음에도 갑자기 인기가 급상승하는 걸 뜻한다. 

2020년 초, 투피엠이 2015년 내놓은 ‘우리집(My house)’란 곡에서 준호가 보인 안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더니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서 ‘우리집’을 부른 준호 영상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 것이다. 우리집 음반 발매 당시엔 투피엠 고정팬만 열광했지만 작년 초부터는 급기야 준호 ‘입덕(어떤 분야에 푹 빠져 마니아가 되기 시작했다는 뜻)’ 현상이 일어났다. 

참고로 ‘우리집’이란 노래는 이성에게 강렬하게 끌리는 남자의 마음을 담은 곡이다. “우리 집으로 가자” “10분 뒤에 저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우리 집으로 니 손을 꼭 잡고 올라가는 이 길에 난 미치겠어” 등의 직설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전자음악 특유의 사운드와 여심을 저격하는 가사, 비트, 멜로디가 농익은 느낌을 준다.

준호가 ‘우리집’을 부르며 안무를 하는 영상엔 이른바 ‘주접 댓글(과도한 팬심을 드러내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우리집은 특히 준호가 빨간 셔츠를 입고 우리집을 부르는 영상에는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피지컬은 호랭이인데 얼굴은 아기사자ㅠㅠ 어케(어떻게) 안 좋아해”

“어떻게 사람이 섹시하고 귀엽고 다 하냐. 우리집엔 준호 왜 없냐”

“도대체 노출이라곤 단추 두 개에 팔뚝 밖에 없는 가사에 충실한 율동을 추는 저 모습이 유교사상에 찌든 코리안들을 자극한단 걸 어떻게 안 거야.”

투피엠이 2011년 내놓은 ‘I’m your man’이란 노래도 덩달아 주목을 끌었다. 이 곡의 가사에는 한 여자만을 향한 남성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준호는 이 노래 도입부에서 파워풀한 ‘망치춤’을 선보인다. 이 노래 영상에 달린 댓글도 범상치 않다.

“이준호 박력에 홀랑 넘어간 자켓”

“역시 남자는 섹시다ㅠ 평생 어줍 잖은 섹시 컨셉 보다가 찐(진짜) 섹시를 봐 버렸다. 준호 얼른 돌아와ㅜㅜㅜ”

“멍뭉(강아지)미소 아니구 섹시미소ㅠㅠ” 

“웨이브 할 때 하체부터 올라오는 거 개섹시해ㅠㅠㅜㅜㅜ”

“우리 준호 눈독 들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어. 섹시하지 마. 군대에서 안 섹시한 방법 터득하고 나와.”

준호가 10여 년간 선행을 베풀어온 사실이 지난 4월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투피엠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준호는 2011년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이하 월드비전) 홍보대사 발탁 이후 에티오피아와 가나 아동 후원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17년 콘서트 간 '아동후원 프로그램' 홍보부스 운영, 핫티스트(HOTTEST, 팬덤명)와 함께한 에티오피아 식수 사업 후원(2600만원), 2018년 '글로벌 6K 포 워터' 캠페인 참여 등 꾸준하게 이어졌다.

군 복무 중이던 2019년, 2020년에도 근무지인 서울 서초구 내 중증장애인시설에 3000만원 상당의 차량기부는 물론, 월드비전을 통한 국내아동 기부, 코로나19 긴급구호금(3000만원)을 전달했다. 

이렇듯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준호가 21일 밤 방영되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다. 소집해제 후 처음 출연하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자, 같은 프로그램으로는 두 번째 출연이다. 팬들은 벌써부터 “준호가 ‘우리집’에 온다니” “준호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준호 볼 생각에 설레 죽겠다”는 등의 댓글을 남기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오른 모습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