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회의원이 난데없이 '개그콘서트 부활'을 주장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개콘을 통해 서민들이 일상의 어려움을 잠시 잊고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도록 TV에서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용호 의원은 “1999년 9월 4일 첫 방송된 KBS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2020년 6월 26일 1050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된 지 1년 가까이 된다”면서 “20년 넘게 우리 국민들의 크고 작은 웃음을 책임져 왔지만, 개콘이 폐지되면서 국내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명맥이 끊기게 됐고 이와 함께 개그맨 공채제도도 폐지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용호 의원은 “코미디는 유일하게 웃을 수 있는 생물인 인간이 웃음거리를 섞어 풍자적으로 다룬 희극이며, 인간이 가진 근심과 걱정을 잊게 만듦으로써, 암울하고 침체된 감정으로부터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게 하는 청량제와도 같은 수단”이라고 규정하면서 “1년 넘게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대다수 국민들 일상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팍팍한 삶이 이어지는 요즘, 코미디는 우리 국민의 시름을 잠시라도 달래줄 수 있는 양념같은 것인데 공적 역할을 해야하는 공영방송에서조차 버림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근거로 '개콘 부활'을 얘기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용호 의원 말처럼 코미디는 웃겨야 한다. 웃기지 못하는 건 코미디가 아니다. 희극도 아니다. 그렇다면 폐지 당시는 물론 그 이전부터 상당 기간 개콘은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개콘이 진정 우리 국민에게 즐거움을 안겨줬다면, 폐지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콘은 바로 '웃음'이라는 그 기본조차 충족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의원이 얘기한 것처럼 '국민 시름을 달랠 수 있는 양념' 역할을 할 능력이 안 됐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당연하게도 시청율은 갈수록 떨어졌고, 그 결과 폐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한 '전파수신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자칭 '공영방송'이 왜 그런 곳에 막대한 제작비를 써야 하는가. 국민을 웃기지 못하는, 쓴웃음을 짓게 하는,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프로그램과 그 출연진에 왜 돈을 줘야 하는가. 그야말로 사실상의 '세금 낭비' 아닌가.   

이용홍 의원은 “개콘이 없어지면서 수많은 개그맨들은 본업과 동떨어진 생업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걱정하고 있고, 개그맨을 꿈꿔온 수많은 젊은이들에게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절망감을 안겨줬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개그콘서트 폐지 이후 일거리가 없어진 개그맨들이 최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간의 고충, 생계 유지 어려움 등을 토로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그들의 '개인사'일 뿐이다. 그들의 생계를 위해, 절망감을 치유하기 위해 웃기지도 않는, 국민에게 기쁨을 주지도 못하는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제작비를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