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4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해 대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법무부는 이날 “이 지검장 공소장이 당사자 측에 송달되기 전에 그대로 불법 유출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진상 지시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곧바로 이뤄졌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의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 장관이 국민의 알권리를 중요시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2016년 11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충격적인 무능함이 담겼다는 ‘녹음파일’에 대해  “공개해야 한다, 국민은 알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회 법사위원회 간사였던 박 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 판단이 없이 최순실 선생님에게 모든 걸 의존한 내용 아닐까요?”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26일 '채널A'에 따르면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 50여건을 복원했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무능할 수 있나”라는 개탄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파일은 2019년 5월 17일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박 장관은 야당 시절 공소장 공개를 스스럼없이 인식했을 수 있다는 의심을 살만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 특검의 수사시한 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 2012년 11월 13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오늘 12시 전까지는 적어도 기소공소장을 특검이 공개를 할 거라고, (법원에)접수를 할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비공개 대상 정보의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이 이뤄졌다. 법률 외에 ‘정보 비공개’를 규정할 수 있는 근거를 종전까지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으로 느슨하게 규정하던 것에서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 규칙, 대통령령' 등 구체적으로 제한한 것이다. 

국민 알권리 신장과 투명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다. 이후 수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국회를 통한 공소장 공개 관행이 자리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배경에서 그동안 국정농단 사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의 공소장도 모두 공개돼 왔다. 가깝게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비리와 감찰무마 사건까지 최근 20건의 공소장도 평균 나흘 내로 국회에 제출됐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