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라면 ‘오토·리버스 기능의 마이마이 시리즈 탄생’이라고 적힌 《조선일보》 1면 광고(1983년 2월 10일자)에 흥분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오래된 삼성카세트를 신제품으로 교환해준다”는 교환 대특매 광고(《조선일보》 1983년 8월 11일자 12면)에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벌써 40년 전 이야기다.

소니(워크맨), 아이와, 파나소닉 같은 번쩍번쩍 빛나던 고가의 제품들은 이상하게도 고장이 잘 났지만 정말 갖고 싶었다. ‘삼성 마이마이’는 두께가 23mm나 되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휴대하기 편리한” 제품이었다. 모델명 MY-S1.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멀티기능을 한번 만 누르면 그 지역의 방송 선국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오토 DDD 선국’ 기능을 자랑했었다. 당시 소비자 판매가격이 24만9000원. 꽤 고가였다. 

그러나 추억의 카세트테이프는 점점 CD에 밀렸고 점점 잊혀졌다.

최근 다시 카세트테이프가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디지털 음원의 스트리밍 시대에 아날로그형 카세트가 향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아날로그 감성의 접근이 반응이 좋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KT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지난 3월 삼성전자도, LG전자도 아닌 KT가 카세트 플레이어를 출시했다. BTS(방탄소년단), 블랙핑크와 같은 아이돌 그룹도 상징적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발매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LP와 함께 카세트테이프가 다시 등장하는 추세다.

2020년 가장 많이 팔린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출시한 가수는 레이디 가가(Lady Gaga)였다. 

그러고 보면 레이디 가가는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가명이다. 본명은 Stefani Joanne Angelina Germanotta. 그녀는 퀸의 히트곡 ‘Radio Gaga’에 감흥 받아 ‘가가’라는 이름을 빌려왔다고 한다. 퀸의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작곡한 ‘Radio Gaga’는 사라져 가는 라디오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곡이다.

레이디 가가의 히트곡 중에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곡이 ‘Million Reasons’다. 

‘백만 가지 이유’라는 타이틀은 시적(詩的)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2016년 10월 출시됐다.

이 노래에는 그녀다운, 그러니까 디스코계의 앤디 워홀 같은 ‘파격’을 느낄 수 없다. 잔잔하며 애절하다. “비범한 목소리와 음악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특이하게도 상업적으론 크게 성공했다. 드러내지 않은, 자신만의 ‘최애곡’으로 삼은 것은 아닐까. 노랫말은 이렇다. 은유적 표현이 곳곳에 보인다.

 You're giving me a million reasons to let you go

 You're giving me a  million reasons to quit the show

 You're givin' me a million reasons

 Give me a million reasons

 Givin' me a million reasons

 About a million reasons

당신을 떠나보내야 할 백만 가지 이유를 내게 주고 있어요.

이 쇼를 그만둬야 할 백만 가지 이유를 내게 주고 있어요.

당신은 내게 백만 가지 이유를 주고 있어요.

 If I had a highway,  I would run for the hills

 If you could find a dry way,  I'd forever be still

 But you're giving me a million reasons

 Give me a million reasons

 Givin' me a million reasons

 About a million reasons

내 앞에 고속도로가 있다면, 언덕을 향해 달려가겠어요.

당신이 거친 길을 찾아간 데도, 난 영원히 여기 머물래요.

당신은 내게 백만 가지 이유를 주고 있어요.

백만 가지 이유를 주고 있어요.

포털에서 검색되는 레이디 가가 이미지들.

 I bow down to pray

 I try to make the worst seem better

 Lord, show me the way

 To cut through all his worn out leather

 I've got a hundred million reasons to walk away

 But baby, I just need one good one to stay

머리 숙여 기도해요.

난 안 좋은 상황도 좋게 보이려 노력해요.

하늘이시여, 헤진 가죽 같은 상황을 끊어 낼 수 있게 길을 보여 주세요.

나는 떠나야만 하는 1억 가지 이유를 가졌어요.

근데 머물러야 할 좋은 이유 하나가 꼭 필요해요.

노랫말 중 ‘떠나야만 하는 1억 가지 이유가 있지만 머물러야 할 한 가지 좋은 이유가 꼭 필요하다’는 표현이 울림을 준다.

이 곡은 빌보드 HOT 100 차트에 76위로 올라 나중에 57위까지 올라갔다. 이후 1만5000건의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의 도움을 받아 디지털 송스 컴포넌트 차트(Digital Songs component)에 38위로 진입할 수 있었다.

2016년 12월 중순 이 곡은 HOT 100 차트에 52위로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 또 4만4000건의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144% 증가)에 힘입어 34위에서 6위로 뛰어올라 ‘Million Reasons’는 그녀의 15번째 톱10 히트송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