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경기도 안양시의회는 후반기 의장 선출을 앞두고 있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설마'하는 은밀한 짬짜미가 오갔다. 

"투표용지를 12개 구역으로 나눠 각자 달리 지정한 곳에 정맹숙이라고 쓰기로 합시다."

실제 의장 선거에서 의원들은 거의 약속을 지켰다. 기상천외한 ‘담합’ 덕분에 민주당이 내정한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다.

최근 수원지법은 당시 의장 선출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을 깨고 사실상 공개투표를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지난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의장 직무 정지를 결정하면서 지난 8개월 동안 안양시의회는 정상이 아니었다. 

같은 해 민주노총 차기 위원장 선거에서는 이런 부정행위가 있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조(마트노조) 정민정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조합원들에게 “선거에 모두 꼭 참여하길 바란다. 저는 기호 3번 후보 조가 제가 고민했던 것과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호 3번 양경수 후보를 믿어보기로 했다”는 단체 문자를 보냈다. 정 위원장은 문자에 양 후보의 인터뷰 기사 링크를 넣어 보냈다. 마트노조 산하 이케아코리아지회에선 지회장이 조합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정민정 위원장 문자메시지로 마트노조 1만 조합원에게 기호 3번 후보 선택하자고 호소드렸다”며 3번 후보의 포스터를 공유했다. 노조 집행부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사실상 대놓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명백한 민노총 선거규약 위반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한다. 민노총 선거규약은 총연맹·산하조직 등은 모두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고, 소셜미디어 등에 특정 후보의 홍보물만을 올릴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또 노조 임원들이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조합원들에게 권유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부정선거 문제가 불거진 경기도건설지부의 한 조합원의 이야기다. 

“나도 기호 3번을 찍으라고 전화받았다. 그쪽(3번)이 용인, 수원 기반이라 무조건 지지하라고 했다. 일감을 받지 못할까 봐 억지로 (투표)했다. 노조원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이 사회의 주류 역할을 하는 이들의 선거 방식에서 미묘한 공통점이 존재한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