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권 경제정책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결국 부동산문제로 낙마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29일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김상조 전임 정책실장이 본인 보유 강남 아파트의 전셋값을 14%나 인상했다는 논란이 빚어진 지 하루만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7월 28일 자신이 보유한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을 1억2000만원 올려 계약했다. 이 계약 불과 이틀 뒤에, 기존 세입자가 한 번 전세계약을 연장할 수 있으며 이 때 전셋값 인상폭을 5%로 묶어두는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이 시행됐다.

임대차3법의 갑작스런 시행으로 주택보유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김 실장이 사실상 내부정보를 이용해 이를 비켜간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자 김 실장은 “내가 임차인으로 거주하는 금호동 집의 전셋값이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실장이 거주하는 금호동 전셋값은 5000만원이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5000만원을 올려주기 위해 1억2000만원을 올려받았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뿐만아니라 세를 준 청담동 전세는 임대차법 시행 직전(이틀 전)에 올려 계약하고, 세를 사는 금호동 전세는 임대차법 시행 한달 후 계약했다. 임대차법을 절묘하게 이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 정권 들어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와 꼼수가 새삼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김 실장을 전격 경질한 사실야말로 주목할 만하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서 문재인정권 고위직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투기가 적지 않았다. 국민들의 분노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대통령이 김상조 실장을 논란 하루만에 전격 경질했다. 이유는 누가 봐도 한 가지밖에 없다. 4.7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크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대통령이 민심을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게 된 점을 반가워해야할지, 그동안은 철저하게 눈과 귀를 닫고 있다가 선거에서만 물불안가리는 점을 안타까워해야할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