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시장 시절 이른바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에 대해 “내곡동 문제는 지금 LH 사태의 원조 격”이라며 “이 문제는 이해충돌 문제이고, 이해충돌은 공직자로서는 굉장히 중차대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LH 문제를 엮어 오세훈 후보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박영선 후보의 지적대로 오세훈 후보가 셀프보상을 받았다면, 오 후보는 비판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박 후보가 언급한 대목 중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이해충돌’과 관련해서다. 

기자는 《월간조선》 2021년 3월호에 ‘박영선 후보의 이해충돌 의혹’이란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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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2103100015)

기사의 요지는 박영선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기획재정위원회 소속)과 중기벤처기업부 장관직을 겸직하던 2019년과 2020년,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구속 수감 중)과 SK네트웍스 고위 간부로부터 후원금으로 총 2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한국오피스컴퓨터 김○○ 대표도 2019년 4월 19일, 박영선 후보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정치 후원금을 받는 건 문제가 없다. 후원자 개인도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자유롭게 후원할 수 있다. 문제는 박영선 후보가 이들에게서 후원금을 받은 시기다. 당시 박 후보는 국회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하고 있었다.

중앙선관위원회 자료를 통해 박 후보의 후원금 내역을 최초 확인한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시갑)은 《월간조선》에 “박영선 후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법인세와 국세(國稅) 징수 등의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소관에 속하는 의안(議案)과 청원 등의 심사·기타 법률에서 정하는 직무(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등)를 수행하는 곳이다.

즉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주관하는 중기벤처기업부 수장(首長)이자, 대기업 관련 정책을 심의(審議)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이 대기업 회장과 임원, 그리고 중소기업 대표에게 후원금을 받은 건 ‘이해충돌’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 의원은 “박 장관이 장관에 임명된 직후 SK네트웍스에서 받은 후원금은 반환했어야 한다”며 “그게 도덕적으로 옳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선 후보는 과거에도 기업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논란이 됐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박영선 당시 장관 후보자는 2005년 6월 22일, 제진훈 당시 제일모직 사장으로부터 3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 후보자는 2006년 2월에도 제진훈 사장으로부터 300만원의 후원금을 다시 한 번 받았다. 

이 밖에도 2004년에는 김현재 삼흥그룹 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을, 2005년에는 전필립 파라다이스 회장으로부터 200만원을 후원받았다. 2009년과 2013년에는 이건수 동아일렉콤 회장으로부터 1회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을 받았다. 

박영선 후보는 이른바 ‘재벌 후원금’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영선 후보는 2011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무소속으로 시장 선거에 나섰을 때,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맞붙었던 적이 있다. 박영선 후보는 그해 9월 20일, TV토론회에서 박원순 후보가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받은 후원금을 문제 삼았다.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후보를 겨냥해 “정치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며 “좋은 일을 하면서 재벌 기업 후원을 많이 받았는데 재벌 기업이 선의(善意)로 후원을 한 경우가 얼마나 될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박영선 후보가 이해충돌을 언급한 것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향후 선거전이 본격화 했을 때, 이 부분이 박영선 후보의 뒷다리를 잡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