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이 서울에 아파트 1차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22년 가까이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고용노동부·통계청·KB국민은행 등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성실근로자 울리는 5대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근로자 임금총액(1인 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상용·일용직 기준)은 2015년 299만1000원에서 지난해 352만7000원으로 연평균 3.4%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아파트값에 따라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집 가격)은 같은 기간 5억282만원에서 9억2365만원으로 연평균 12.9% 뛰었다.

직장인들이 월급을 하나도 안 쓰고 모아도 서울에서 중간 수준의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21.8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3억 8676만원)도 연 평균 7.4% 올라 월급 오르는 속도의 두 배가 넘었다.

'월급은 안 오르고 세금만 오르는' 현상도 심해졌다.  지난 5년간(2014~2019년) 국세청 최신 통계를 살펴보면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은 25조4000억원에서 41조1000억원으로 연간 10.1%씩 불어났다.

직장인이 실업이나 퇴직 후 받을 수 있는 안전판 역시 빈약해지고 있다. 실업급여 계정은 2018년 적자 전환한 후 지난해 적자 규모가 4조7000억원까지 늘었고, 국민연금 고갈 시점도 당초 예상한 2057년에서 2054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면서 성실한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