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광명시흥) 사전투기 의혹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직원뿐만아니라 차명계좌도 수사하라며 “명운을 걸고 끝까지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 합동조사단은 현직 직원을 제외한 퇴직 직원이나 직원의 친인척 관련 거래 조사는 사실상 답보상태다. 수사권한 밖이어서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이런 일이 한두번이었겠느냐, 이번만의 일이겠느냐”다. LH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2009년 출범한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매년 국정감사의 대상으로 LH는 12년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았고 감사원의 감사도 여러 차례 받았다. 내부 감사실이 활동해 온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LH 내부감사팀, 국회, 감사원 모두 12년간 LH 직원들의 부동산거래현황을 제대로 조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LH 직원이 LH 소유 토지나 주택을 산 ‘내부’거래를 조사한 적은 단 한 번 있었다. 2016년, 감사원 출신인 윤영일(당시 국민의당) 의원은 국감요청자료를 통해 2011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LH임직원의 LH 소유 부동산 거래현황을 파악했다. 

당시 LH직원이 LH의 상가 주택 토지 등을 산 사례는 1252건이고 그 중 주택이 1070건이었다. 당시 LH 직원이 6000명정도 되는데 직원 여섯명 중 한 명은 자사가 공급하는 주택을 산 것이다. LH가 공급하는 주택을 4채 가진 직원이 3명, 3채 가진 직원이 6명, 2채 가진 직원이 66명이다. 직원 10명 중 한 명은 두 채 이상의 LH 주택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LH측은 “본사 지방(경남 진주) 이전으로 인한 주거목적으로 직원들이 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총 매입건수 중 경남지역은 35.6%에 불과했고 서울이 16.4%, 경기가 13.2%에 달했다. 투기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직원 중 250여명이 LH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10년 임대 또는 분납임대로 후분양전환되는 아파트다. 그 중 70% 이상이 서울 강남, 성남 판교, 수원 광교, 용인 수지 등 소위 노른자땅의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아파트가 LH 직원들의 부동산 재테크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2016년말의 이 사건은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넘어갔다. 당시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직원들의 부동산투자현황은 개인정보라 내부거래 그 이상의 조사는 어렵다”고 했다. 이후 LH 직원들의 간은 더 커졌던 것 같다. 직원들은 2018년부터 신도시 예정지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작금의 사태가 터지고 말았다. 

아무리 대통령이 소리쳐도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는 한계가 있다. 합조단은 지난 11일 국토부(4500여명)·LH(9800여명)·지방자치단체(6000여명)·지방공기업(3000여명) 등 직원 2만3000여명과 그 배우자·직계 존비속 조사 임무를 경찰이 주축이 된 부동산 투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넘겼다. 조사 대상 인원은 약 10만명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현직 직원이 아닌 친인척이나 퇴직자 대상 전수조사는 수사기관의 수사 권한이 닿지 않는 범위다. 전수조사할 인력도 태부족이다. 정부가 투기 조사 기한으로 설정한 2013년 이후 LH 퇴직자만 1500여명에 달한다. 

LH는 작년 7월 내부 레드휘슬(부조리신고)에 “퇴직자 OO씨가 재직시 개발되는 토지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 부인 혹은 지인 부인의 이름으로 토지를 구입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퇴직자는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자체종결한 바 있다. LH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자에 대해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LH 출범 후 12년간 국감 자료를 보면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 직원은 건설업체나 설계업체는 물론 세입자대책위원회에서도 뇌물을 받았다. 부하직원 성희롱 사실이 밝혀진 임원에 대해 직원 3000여명이 선처해달라는 연판장을 써 집단옹호하고, 그를 위해 4000만원의 합의금을 임원들이 모아주기도 했다. 한 직원은 내연녀와 내연녀의 친구를 데리고 제주도 여행을 가며 협력업체 임원을 동행하고 여행경비를 협력업체에 떠맡겼다. 

그러나 이런 비리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땅 투자, 직원들의 쪼개기 투자, 묘목심기로 보상받기 등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으로 보일 정도다. LH 직원의 투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느 정도 규모인지 밝혀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내부거래, 뇌물수수, 성추행, 불륜 등 LH 직원들의 비위비리 백태(百態)를 폭로한 기사는 3월 17일 발행 <월간조선> 4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