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게이트 특검’이 진행중이던 2017년 1월, 서울 대치동 박영수특별검사 사무실 앞에는 특검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노란색 꽃바구니가 줄을 섰다. 꽃바구니는 매일 수 개씩 배달됐다. 대부분 “특검 힘내라”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등의 간결한 메시지가 담긴 비슷한 크기의 바구니들이었다. 

이는 시민들이 특검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상당수, 사실상 거의 대부분은 친여 성향이 강한 여성전용 온라인커뮤니티와 기혼여성들의 포털사이트 카페, 이른바 ‘맘카페’에서 조직적으로 보낸 것이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하며 끈끈하게 뭉친 해당 사이트와 카페의 회원들은 특검을 응원하기 위해 선물이나 꽃을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게시판에 올렸고, 이에 동조하는 회원들이 모여 모금을 하거나 각자 꽃을 보낼 날짜를 정해 직접 배달시키고 인증샷을 올렸다. 직접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도 그들에게 응원과 관심을 보냈다. 

특히 윤석열 특검 팀장에 대한 응원이 폭발적이었다. 회원들은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윤석열이야말로 국정농단을 바로잡을 사람”이라며 열렬히 응원했다. 윤석열의 오른팔이라는 특검팀의 한동훈 검사 역시 이들의 응원 대상이었다.    

                 2017년 1월 윤석열 특검팀장이 출근하며 배달되는 꽃바구니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들은 윤석열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해당 커뮤니티와 맘카페에서 ‘특검 꽃보내기’는 금기어이며 흑역사(黑歷史)다. 누군가 게시판에서 그 일을 언급하면 ‘잊어달라’는 댓글이 달린다. “특검 꽃보내기는 당시 특검팀 모 검사 와이프의 선동 때문이었다“며 애써 폄하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특검팀장 윤석열을 지지했던 이들은 ‘조국 사태’를 통해 윤석열에 완전히 등을 돌렸고, 열렬히 윤석열을 응원했던 과거는 지우고싶어한다.  오히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윤석열을 비난했던 사람들은 지금 윤석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2강을 형성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윤사모)’가 회원 수 2만명을 넘겨 정당 창당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문제는 그의 지지층이다. 2017년과 2021년, 각각의 시점에서 윤석열을 보는 시각이 정반대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윤석열을 여야 중 어느 한 쪽의 유력주자로 볼 수 없고, 앞으로도 지지층에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알 수 없는 이유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