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청와대 등 여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두려운 모양이다. 

전날 전격 사의 표명에 대해 ‘거짓’ ‘선동’ ‘궤변’ 등 격한 표현을 총동원하며 전방위적 비판을 이어간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여권의 비판 중 눈길을 끄는 건 윤 전 총장이 황교안 전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처럼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내용이다. 바람일 것이다. 

“반기문(전 유엔사무총장)을 타산지석 삼아 일정 기간 잠수타고 (대선 출마) 수순을 밟아 나갈 것이다. 참 염치없고 값싼 사람."(정청래 민주당 의원)

"윤석열은 제2의 황교안이 되려고 하느냐"(우원식 민주당 의원)

그런데 여권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이 황 전 대표, 반 전 사무총장과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 전 사무총장의 별명은 '기름 장어'였다. 능숙한 외교관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던 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의 별명이 됐다. 까다로운 질문이나 복잡한 상황을 매끄럽게 잘 피해 간다고 해서 언론이 붙여줬다.

황 전 대표는 지나치게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황 전 대표와 호흡을 맞춘 당직자들은 "의사 결정 시간이 너무 늦어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며 "한 때 지지율 1위였던 황 전 대표가 국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이유"라고 했다. 

좋게 표현하면 두 사람은 정치권에서 신중한 언행을 보였다.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 그랬을 가능성이 큰데, 이런 스타일의 정치인에게 국민은 답답해한다는 분석이다. 

소위 '낄낄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진다)'를 완벽히 실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판에 '빠빠'만 반복하니 국민이 피로감을 느꼈고, 이것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다르다. '사이다 발언'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다. 

윤 전 총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박탈 조치와 검찰 학사 인사 등에 기다렸다는 듯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작년 말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 대검찰청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윤 전 총장을 대해 소개한 미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해당 글을 올린 네티즌은 “윤석열은 같이 근무한 8급 수사관, 청소하시는 같은 층 여사님 다 챙김. 진심으로 챙김”이라며 “그냥 박찬호 같이 말하는 거 좋아해서 정이 많은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 네티즌은 “장관급 공직자인데 메신저로 쪽지를 보내면 읽자마자 답장해줌. 그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징계 먹고 나가는 날도 답장받았다는 막내 수사관을 봄”이라고 했다.

이어 “정권에 찍혀서 좌천됐는데 그냥 일반 형사사건을 붙들고 혼자 밤새가며 일하던 모습을 봤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총장님이 원래 밤에 집 근처에서 부르면 나와서 술값도 내주고 그래서 이용구 법무차관 환송회 때도 부른 듯”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며 정치에 첫발을 내딛은 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다만 반 전 총장, 황 전 대표와 비슷한 이유로 하차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