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후보의 ‘출마기호’를 둘러싸고 보수진영이 분열하는 모양새다. 제1야당 정당기호인 ‘기호 2번’을 달아야만 승산이 있다는 국민의 힘 측 주장과 국민의당의 ‘기호 4번’을 고수하는 안철수 대표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것이다. 

언뜻 보면 기호 4번을 고수하는 의견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안철수 후보는 “2번을 달고 지금까지 서울에서 7연패를 했다”고 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지금 시점에서 기호 2번, 4번을 논하는 것이 우리 진영 전체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국민들 보시기엔 소아병적 영역 다툼일 뿐”이라고 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재보궐 선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보궐 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낮다.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는 ‘보수가 유리하다는’게 정치권 통념이다. ‘조직력’ 때문에 이런 분석이 나왔는데, 지금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 때 서울지역 국회의원 48석 중 40석을 차지했던 국민의힘의 현 서울지역 국회의원수는 총 5명. ‘조직’이 붕괴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표라도 긁어모아야 하는데, 기호 4번으로는 소위 국민의힘의 열렬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의 이야기다. 

“우리당 지지자분들 중에는 안 후보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분들이 많다. 만약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이 의심을 풀어줘야 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것이 국민의힘에 입당 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는 것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초접전 양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유치하게 무조건 ‘2번을 달라’ 하는 것이 아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도 “기호 2번 단일화를 해야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기존 지지층과 중도층을 합할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측은 국민의힘에 입당할 경우, 자신을 지지하는 중도층이 돌아설 것이라는 논리를 댄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심판에 의미로 안 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이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한다고 지지를 철회할까. 이렇게 없어질 표보다는 '국민의힘' 간판이 아니란 이유로 날라갈 표가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는 여론조사 등 과학적으로 검증이 가능한 부분이다.  안 후보가 무조건 '2번은 아니다'라고 못 박기전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 교두보를 위해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했다. 

정권교체 교두보를 위해서는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4번’으로 출마하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수많은 국민의힘 당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표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