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에 불참한 데 대해 북한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은 지난 2월 15일 발표됐다. 이 공동선은 캐나다가 주도하고 미국 등 58개국과 유럽연합(EU)이 서명했다. 이 선언은 외국인 구금을 국제관계에서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관행을 반대하며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한 캐나다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등의 외국인 구금 행태에 대한 우려가 이번 선언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 공동선언에 불참했다. 최영삼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2월 16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이 선언에 대한 동참 요청을 받았는지, 또 불참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의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최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말씀해 주신 캐나다 주도의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 관련 사안에 대해서 인지해 왔다”면서 “앞으로 향후 국제사회의 논의동향을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런 태도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월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가의 인터뷰에서 “중국, 러시아 등 인권탄압 의혹을 받는 국가들이 주로 선언에 불참한 상황에서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서명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킹 전 특사는 “한국 외교부 장관이 새로 임명되면서 이번 선언을 간과(oversight)했을 수는 있다”면서 “이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북한을 고려한 행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자의적 구금의 가장 큰 가해자 중 하나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번 선언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놀랄 일”이라면서 “하지만 (한국 외교부가 간과했을 가능성 이외에) 이것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불참 이유”라고 말했다.

전 CIA 분석관인 수 김 미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북한 정권이 자의적 구금의 주요 가해자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이번 선언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는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책무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바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수 김 역시 한국 정부의 서명 불참이 북한을 의식한 것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해당 선언에 불참한 것은 향후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한 행보일 수 있지만 이 선언의 서명 여부가 이러한 계산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 선언에 서명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은 자국민의 안전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 김은 “최근 한국이 보인 모습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써 민주적 가치 등의 문제에 대해 양국 입장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우려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로베르타 코언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 6명과 과거 억류된 여러 미국 국적자 등 북한은 오랜 기간 외국인을 구금해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왔다”면서 “지난 2018년 개최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이 먼저 석방됐다며, 현재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이 석방되지 않고는 남북한 간 진정한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선언을 주도한 캐나다의 글로벌부(Global Affairs Canada, GAC)의 시애라 트뤼도 대변인은 2월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선언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선언은 (자의적 구금이라는) 참혹한 관행을 규탄하려는 목적이며 핵심 원칙에 대한 성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