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원하려 했다는 이른바 ‘대북 원전 지원’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정치권에서는 소위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란 발상의 ‘이적성’, 문건의 내용과 관련해서 공방이 계속 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는 그렇게도 위험하다고 했던, 원전을 북한에 지어주겠다고 한 ‘모순’적 행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문재인 정권은 “원자력은 전기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친환경적이고, 탄소 배출도 없는 청정에너지”라는 '기존 상식'과 달리 “친환경적이지 않고, 값도 싸지 않고, 위험한 에너지”라고 주장하며 ‘탈원전’을 외쳐댔다. 

문재인 정권의 본격적인 ‘탈원전’은 2017년 6월 19일,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한 데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이후 체코 등을 방문해 우리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사고가 없었다고 홍보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이와 함께 이제는 그 ‘윗선’이 누구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1차 문재인-김정은 회동(2018년 4월 27일)’ 이후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란 문서를 생산했다는 이율배반적 행태는 이적성, 문건 내용, 사업 추진 여부를 떠나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해당 문건의 존재는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전에 단호한 어조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너무나도 배치된다. 

2017년 당시 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에 따르면, 산자부 실무자들이 이른바 ‘북원추’ 문건을 생산한 사실이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2017년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당시 문 대통령이 단호한 의지를 밝힌 ‘탈원전 선언’을 주요 내용을 다시 살펴보도록 한다.    

“(전략)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저는 이것이 우리의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확신합니다.

(중략)

우리는 당면한 위험을 직시해야 합니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잘 대비해온 나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기자 주: 당시 원전 사고 또는 방사능 과다 피폭으로 사망한 이는 없음)했고, 피해복구에 총 2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이라고 합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중략)

그 이후 서구 선진 국가들은 빠르게 원전을 줄이면서 탈핵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핵 발전소를 늘려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국토면적당 원전 설비용량은 물론이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Km 이내 인구 수도 모두 세계 1위입니다. 

(중략)

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지만 혹시라도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대선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약속드렸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중략)

원전 정책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습니다.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습니다.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습니다. 

(중략)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수만 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저의 탈핵, 탈원전 정책은 핵발전소를 긴 세월에 걸쳐 서서히 줄여가는 것이어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께서 안심할 수 있는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습니다. (후략)”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