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 은폐하려 한 문건에는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공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이런 이적(利敵) 행위 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온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터무니없는 주장”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혹세무민하는 발언”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강민석 대변인은 “묵과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은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또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해당 의혹이 확산되는 걸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에 따라 초강수를 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제1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법적 조치' 운운하는 작태는 자칫 옹졸하게 보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19대 대선 기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참아야죠, 뭐"라고 대답한 바 있다. '말 바꾸기' 논란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에 대한 제1야당 대표의 우려와 진실 규명 요구에 대한 '문재인 청와대'의 자세는 순서가 틀렸고, 상식에도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문재인 소신'과도 배치된다.      

북한 독재정권은 대한민국 영토를 참절(僭竊, 국가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여 그 국가의 주권 행사를 사실상 배제하고 국가의 존립, 안전을 침해)하는 한편 ‘정부를 참칭(僭稱, 권한과 자격이 없는데도 스스로 분수에 넘치는 칭호를 이르는 행위)하며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다. 

또 북한 독재정권은 핵 공갈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적화통일을 기도하는 반국가단체다. 이런 자들에게 우리의 핵물질과 핵시설, 핵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대북 원전 지원’을 문재인 정권이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비롯한 야당과 언론의 문제 제기는 당연하다. 비판적 시각으로 봤을 때 문재인 정권이 핵무장을 가속하는 ‘적(敵)’에게 핵물질과 핵시설, 핵기술을 ‘제공’하려 했다면, 이는 형법이 규정한 ‘이적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같은 시각으로 보면, 이 밖에도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99조(일반 이적) 또는 “이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한 제101조에 해당한다는 해석도 배제하기 쉽지 않다.    

요약하면 ▲북한 독재정권이 우리 영토를 참절하고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점 ▲대북 원전 지원 또는 예비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무력화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가 신인도 붕괴와 고립이란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외에 보증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실제 김정은의 언행이 배치되는 점 ▲김정은이 핵전력을 강화하고, 핵 투발 수단도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 ▲북한에서 원전이 가동될 경우 고도의 핵기술이 유출될 수 있는 점 ▲북한이 핵물질을 전용(轉用)할 가능성이 농후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해당 사안은 '문재인 청와대'가 “터무니없는 억측” “혹세무민 발언” “북풍공작”이란 식으로 반발하며 어물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불필요한 감정적 언사, 비난 대신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문재인 청와대’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것은 ‘이적 행위’”란 비판에 동의하는지 밝혀야 한다. 동의한다면, 이런 이적 행위를 일개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기도한 것인지, 산업통상자원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준비한 것인지, 정권 차원에서 검토한 것인지 규명해야 한다. 그게 바로 ‘문재인 청와대’가 ‘법적 대응’을 입에 올리기 전에 먼저 해야 했을 작업들이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