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성추행 의혹이 확인된 김종철 전 대표를 직위해제하면서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인권을 강조해온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25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같은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김종철 대표를 직위해제한다고 밝혔다.  배복주 젠더인권본부장은 국회 긴급 회견에서 “수차례 피해자, 가해자 면담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장 의원과 둘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성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진보여권 권력자의 성 추문이 이어지면서 여권은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당 대표가 현직 국회의원을 성추행한 전무후무한 사례인 만큼 당이 국민에게 사죄하고 재정비, 혹은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정의당의 전 대표인 심상정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면목 없고 송구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또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준 장혜영 의원에게 깊은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뜻을 보낸다”며 "저부터도 더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2012년 10월 창당한 진보정당이다. 과거 통합진보당의 당내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우려한 세력이 통합진보당을 탈당해 결성했다. 창당 당시 명칭은 진보정의당이었지만 2013년 7월 정의당으로 당명을 개정했다. 정의당은 2015년 11월 기존 정의당에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등의 세력이 모여 통합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정의당 탄생을 선언했다.

정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6석, 2020년 21대 총선에서 6석을 차지해 국내 유일의 진보 원내정당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이어 원내 제3당이다. 

김종철 전 대표는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국민승리21,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에서 활동해왔다. 노회찬 원내대표 비서실장을 지냈고, 21대 총선에서는 정의당 비례대표 16번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작년 10월 당 대표로 선출됐다. 

장혜영 의원은 영화감독 겸 작가로 21대 총선 전 정의당에 영입돼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 당선됐다. 정의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