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친노 대모 한명숙 복권할까? : 월간조선

2017년 8월 23일 오전 5시쯤. 2년간의 수감 생황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의 모습이 보였다. 의정부교도소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한 전 총리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며 “이렇게 캄캄한 이른 아침에 저를 맞아주기 위해 의정부까지 멀리서 달려온 여러분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의 말씀부터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분 덕분에 지금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하다.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응원해주고 사랑을 준 수많은 분의 믿음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여러분의 사랑에 힘입어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며 마무리했다. 이날 출소 길에는 100여 명의 지지자와 함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문희상, 김경수, 홍영표, 진선미, 정성호, 기동민, 백혜련, 유은혜 전현희 등 민주당 의원들이 모습을 비췄다. 또 강금실 전 법무 장관도 자리를 지켰다.

한 전 총리가 만기 출소함에 따라 정치권에선 한 전 총리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아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을 제한당한 상태다. 다만 현 정부가 여론 추이를 지켜보다 한 전 총리에 대해 복권(復權)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복권할 가능성은 크다. 노무현 정부 때 ‘왕수석’, ‘왕실장’으로 불린 문 대통령은 청와대 근무 기간 친노 영화배우 명계남씨 등 자신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이 변론했던 인사 다수를 사면 복권해 줬다.

대표적으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표였던 명씨의 경우를 보면, 그는 대선 과정에서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희망돼지 저금통’ 배포사업을 벌이면서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운동을 했다. 선거법 90조를 보면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이나 마스코트를 제작 또는 판매할 수 없게 돼 있다. 2003년 10월 31일 부산지법 형사5부는 대통령 선거 직전 희망돼지 저금통을 나눠 주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명씨 등 노사모 회원 7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명씨와 노사모 부산지부장 이모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씩을, 최모씨 등 나머지 노사모 회원 5명에 대해서는 벌금 70만원씩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명씨 등이 불특정 다수에게 나눠 준 희망돼지 저금통으로 선거 자금을 모으고 배부 과정에서 저금통을 받은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받은 행위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명씨는 금고형으로 향후 7년간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박탈됐다. 이후 명씨는 2007년 2월 12일 특별 복권(復權)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한 전 총리가 복권될 경우 정치를 재개, 일정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당 중진인 문희상 의원은 이날 의정부 교도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총리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그런 일이 생기면 마다하지 않고 참여하실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한 전 총리의 출소를 언급하면서 “여성계 대모로서 한국 정치의 중심에서 한결같은 역할을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다만 한 전 총리 본인은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정치를 재개하기엔 상대적으로 고령(73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지난 5월 문 대통령 당선 직후 지인에게 편지를 보내 “출소 후에는 되도록 정치와 멀리하면서 책 쓰는 일과 가끔 우리 산천을 훌훌 다니며 마음의 징역 때를 벗겨 볼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