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구축함이 지난 8월 21일(현지 시각) 싱가포르 동쪽 해상에서 유조선과 충돌해 10명이 실종되고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사고를 낸 미국 구축함의 이름이었다. 배의 이름은 'USS 존 S. 매케인(DDG-56)'.

매케인? 많이 들어본 이름 아닌가? 미국 상원의원 존 시드니 매케인 3세. 2008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이번에 사고를 낸 구축함 'USS 존 S. 매케인'함은 바로 매케인 상원의원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름을 딴 배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의 이름이 모두 같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해군대장까지 올라간 무가(武家)이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할아버지인 존 S.‘슬루(Slew)' 매케인 시니어(1884~1945)는 태평양전쟁 당시 과달카날해전, 필리핀 전투, 오키나와 전투 등에서 전공을 세웠다. 특히 미 해군 항공모함 전술 발전의 공로자로 유명하다.
매케인 상원의원의 아버지 존 S.‘잭' 매케인 시니어(1911~1981)는 태평양사령관을 지냈다.강경한 반공주의자로 미국의 제해권(Seapower) 장악을 강조,'시파워'라는 별명을 얻었다.

집안의 전통에 따라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매케인 상원의원은 해군 전폭기 조종사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매케인은 1967년 10월 작전 중 적의 미사일을 맞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포로가 됐다. 이후 ‘하노이 힐튼’이라는 별명으로 악명 높은 호아 로아 감옥에 갇혀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 이듬해 7월 그의 아버지가 태평양사령관이 되자 북베트남은 그에게 석방을 제안했다. 선전 목적에서였다. 하지만 매케인은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인 수칙을 내세워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파리평화협정이 체결된 후인 1973년 석방됐다. 1981년 해군 대령으로 예편한 후 정계에 투신, 1982년 연방하원의원, 1986년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미 해군 구축함에 존 S.매케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번에 사고를 낸 배가 두 번째이다. 첫 번째 배는 1978년에 퇴역한 USS 존 S. 매케인 (DL-3)이었다. 이 배는 매케인 상원의원의 할아버지 존 S. 매케인 시니어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이번에 사고를 낸 'USS 존 S. 매케인(DDG-56. 알레이버크급)'은 존 S. 매케인 시니어와 존 S.매케인 주니어, 두 사람의 이름을 딴 배이다.

미국 해군의 역사에 혁혁한 이름을 남긴 부자 제독의 이름을 딴 구축함이 대형사고를 냈으니, 미 해군이 민망하겠다. 한편 매케인 상원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존 S.매케인함과 피츠제럴드함 승조원과 가족들에게 위로를, 미 해군 당국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