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대출 고삐를 조였다. 신용대출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들임)이라도 해서 집을 사겠다는 희망을 정부가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자의 대출을 막아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부당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총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적용된다.

DSR은 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로, 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출하는 사람의 상환 여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현재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경우에 한해 은행은 40%, 비은행권 60%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연소득 8000만원 넘는 고소득자가 총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을 경우에도 DSR 40%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DSR 적용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고소득자의 대출 가능 금액은 크게 낮아지게 된다. 연소득 수준이나 기존 대출 실행 여부, 세부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간 은행들이 통상 연소득의 1.5배 정도를 신용대출로 내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용대출 가능 금액은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 수 있다.

연봉이 높아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함께 받는 길이 사실상 막히는 것으로, 집 구매를 위한 '영끌'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의도도 이렇다. 

또 이날 대책에 따르면 규제 시행 이후 총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고, 1년 내 규제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부실위험이 적고 연체율이 낮은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가뜩이나 전셋값과 집값 폭등으로 대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집마련의 길을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일부 신용대출이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되며, 이에 따라 서민·소상공인의 주거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