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국회에 출입하면서 정치권을 취재했다. 김부겸 전 의원을 처음 취재한 것은 2008년 즈음이다. 그때의 인연으로 인터뷰 등 몇 번 취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취재진에게 얼굴을 찌푸리는 적을 본 적이 없다. 자신들과 성향이 맞는 않는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특정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응하더라도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대하는 민주당 몇몇 의원과는 전혀 달랐다.

김 전 의원은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여겨졌던 대구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으며 즉시 대권 잠룡으로 부상했지만, 예상보다 지지를 받지 못했다. 소위 친문 지지 세력은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한나라당 출신이어서일까. 아니면 그가 보수의 성지인 대구 경북(TK) 출신이어서일까. 아니면 둘 다 때문일까.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김부겸의 처남이 이영훈"이라는 비판이 나올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남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살면서 처남을 얼마나 만나겠는가. 게다가 처남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무슨 잘못을 한 범죄자가 아니다.

논쟁이 될 만한 사안을 이론이나 도식에 의한 설명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의 인과(因果) 연쇄로 분석하는 학문적으로 인정받는 학자다.

김 전 의원에게는 아픈 분석일 수 있지만,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박주민 의원과 비슷한 득표율을 보인 그는 최소한 민주당에서는 대권 주자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의 성품과 능력 때문이 아니라, 호남이 중심인 민주당 풍토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적폐'라고 몰아붙이는 보수정당에서는 호남 출신 당 대표(이정현 전 의원)가 나오기도 했다.

이낙연 신임 대표는 '승리'를 외쳤는데, 국민은 차기 대선에서 이런 민주당을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

많은 사람이 거의 아는 내용이겠지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21%를 득표한 김 전 의원이 어떤 인물인지 간단히 설명하겠다.

'아크로폴리스의 사자후'라는 별명을 가진 김 전 의원은 1977년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되고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구속돼 실형을 살았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1995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주축이 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에 몸담았다. 1997년 통추가 해체할 때 한나라당에 합류했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중심의 정권교체보다는 3김 청산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이후 대북송금 특검법안에 반대해 탈당했고,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당시 김 전 의원과 함께 행동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 이우재·안영근·이부영 전 의원 등은 독수리 오형제라고 불리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의 국정 실패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던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적으로 3선에 성공했던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대구 수성갑으로 옮겼다. 3선을 했던 경기 군포를 떠나 보수의 심장인 TK에 민주당 깃발을 꽂겠다고 도전한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40%가 넘는 지지율로 선전했음에도 낙선한 김 전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광역시장에 출마했으나 또 낙선했다. 20대 총선에서는 고교·대학(경북고·서울대)· 운동권 선배였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해 세 번의 도전 끝에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물론 40% 가깝게 득표(39.29%)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TK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은 바닥이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