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집권여당의 당 대표 선거가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지지율 정체 또는 하락세를 맞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명성’을 강화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그간 이 의원은 각종 현안에 지나치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애매모호한 ‘관찰자식 화법’을 구사해 이른바 ‘엄중 낙연’ ‘고구마’란 세간의 비판을 받았고, 그 바람에 지지율도 상당 부분 잃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이낙연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자기 목소리’를 통해 ‘이낙연식 정치’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1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는 둥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 논란’과 관련해서 “광복회장으로서는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며 사실상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국립현충원에 있는 친일 인사의 묘를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안에 대해선 “대상 선정이나 접근방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당권 경쟁자로서 친노 또는 친문 측의 지지를 받기 위해 강성 발언을 해왔던 김부겸 전 의원조차 “국민 통합이라는 관점을 조금 더 고려하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다”고 한 점을 감안하면, 앞선 이낙연 의원의 주장은 여권 지지층을 겨냥한 계산된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을 떠나 즉각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해 인기를 얻은 점을 모방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지지율 측면에서 이 의원의 ‘자충수’가 될 확률이 높다.

이낙연 의원의 인기 요인은 여권 인사 중 비교적 합리적 사고의 소유자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 등이다. 이에 따라 소위 중도층이 이 의원을 지지해 한때 그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는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후 이 의원이 현안마다 자기 목소리 내는 걸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지지율이 대폭 빠졌다.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이 의원은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강경 발언을 했다. 앞으로도 선명성 강화 차원의 언행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그간 ‘균형감각’ 등을 이유로 이 의원을 지지했던 ‘중도층’마저 ‘이낙연 지지’를 철회하게 되는 상황을 자초하는 셈이다. 결국 이낙연 의원이 잇따른 강경 발언으로 소위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당권’을 쥘 수도 있겠지만, 만일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현재 그의 행보는 ‘패착’이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