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얼굴의 반쪽에 감각이 이상이 있고 눈이 덜 감긴다고 상일동에 사는 20대 초반 건장한 남성이 진료실로 들어왔습니다. 

발병 전날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켜고 약간 서늘하게 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이 남성은 다음날 얼굴감각이 이상하다며 내원했는데요. 응급실에서 근전도 검사상 약간의 신경손상이 판단되어 스테로이드를 3일 처방받아서 복용중이며 다른 치료를 받는 것이 없어서 한의원에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첫날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다음날부터 눈 주변에 힘이 안들어가지는 느낌이 들고 눈이 덜 감기는 느낌 때문에 불쾌하며 입도 약간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림: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뇌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양쪽 눈 및 이마의 주름을 잡을 수 있으나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얼굴 자체의 신경문제이기 때문에 마비 쪽의 눈을 감기 힘들고 이마에 주름을 잡기가 힘들다. 대부분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내원하며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예후는 80-90%정도로 완치될 수 있다)

이렇게 갑자기 얼굴 반쪽의 감각이상 및 안면근육의 마비감이 있는 경우를 안면신경마비라고 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겪는 뇌(중추성)에 이상이 없으면서 얼굴에만(말초성) 증상이 있는 것을 말초성안면신경마비, Bell’s palsy라고 불리우는데요. 이 질병으로 치료받는 사람들이 2013년 기준으로 6만 6011명이라 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흔한 질병입니다. 

위에서 보듯, 건강한 20대도 잘 걸리면서 입이 돌아가고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는 증상 때문에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이 질병은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을 찾기 힘든 질환입니다. 

또한 초기치료를 적절하게 받아도 3일에서 10일 정도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된다면 2주 후부터 회복이 시작되어 80-90%이상은 완벽하게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했다면?

우선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안면신경마비가 중추성인지 말초성인지 판단하기 위해 눈을 감아보거나 이마의 주름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주름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말초성’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눈이 잘 감기고 이마주름도 양쪽 다 잘 잡히면서 입이 돌아간다면 ‘중추성’ 안면마비로 진단될 수 있기 때문에 MRI나 CT를 찍어 뇌출혈이나 뇌경색 등 뇌병변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기 때문에 큰 걱정을 안하셔도 됩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라면 병원 또는 한의원에서 근전도 검사 또는 신경전도 검사를 통해 근육의 변화를 확인하거나 적외선체열진단기를 통해 진단 및 예후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말초성안면신경마비의 경우 초기 양방 스테로이드 치료가 효과적이나 부작용으로 7-10일 이상 복용을 할 수 없습니다. 양방병원에서는 다른 특별한 치료가 없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20대 남성과 같이 한의원에 오시게 되는데요. 

이런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에 대해 침 치료가 효과적이라 한의원에서는 스테로이드와 침치료  병행을 권고합니다. 또한 증상과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침을 놓고 전기적 자극을 주는 전침치료, 한약을 주사제로 만들어서 안면신경 분절 부위에 직접 맞는 약침치료를 병행하기도 하며 면역력을 올려주고 안면신경재생 및 염증을 조절하기 위해 한약치료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안면신경마비로 한의원에 내원했을 때, 기존에는 침치료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한약의 경우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한약치료를 받고 싶었지만 진료비용 때문에 부담스럽게 생각하셨는데요. 보건복지부에서 오는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치료를 위해 한약을 복용한다면 10일간 건강보험 지원을 하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글 = 김휘열 하늘애 한의원 대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