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은 2020년 3월호(2월 17일 발간) <[심층취재] 유시민 연루 의혹으로 관심 쏠린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사기사건> 제목이란 기사를 시작으로 몇 달 간 VIK를 추적 취재해 게재했다.

이 과정에서 이철 전 VIK 대표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국민참여당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안면이 있다는 사실을 사진 등을 통해 파악했다.

VIK 관련 취재는 과거 '서울경제TV' 기자였던 전혁수씨(현 프리랜서 활동)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필자는 전 기자를 과거 <월간조선> 인턴 기자로 활동했던 후배 기자를 통해, 경제 관련 취재를 하는 현장에서 소개받았다. 전 기자는 이철 전 VIK 대표로 인해 금전적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이 내용을 자세히 다루고 싶다고 했다.

분량에 제약이 거의 없는 월간지의 특성상 일간지에서 못 다뤘던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전 기자의 취재 이유에 공감했고, 공동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 과정에서 전 기자는 유시민 이사장을 포함 과거 노무현 정부 핵심이자, 현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이 VIK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입수해 제공했다. 전 기자가 제공한 사진 중에는 이철 전 VIK 대표와 그의 비서 역할을 한 A씨(그는 이 대표와 틀어진 뒤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유 이사장이 국민참여당 당원들과 함께 찍은 것도 있었다.

이 기사 바이라인에 전 기자의 이름이 오르지 않은 것은 그가 재직 중인 회사의 입장도 있다면서 양해를 구해서다.

월간지는 발간 시기가 정해져 있어 신속성에서는 일간지와 비교하면 떨어지는 게 사실인데, 필자가 전 기자와 사진을 입수하는 등 VIK 관련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몇몇 일간지는 이 사진 등을 보도하며 VIK와 유 이사장을 포함한 친노, 친문 핵심 인사들과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유 이사장은 이 사진이 담긴 기사를 보도한 지 5개월가량 지난 시점인 지난 24일 MBC라디오에 나와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2월 초부터 신라젠과 관련해 자신의 비위를 캐기 위해 공모했고, 여기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깊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는 이철 전 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로비 의혹'을 취재하면서 '여권(與圈) 인사 비리를 내놓으라'며 ‘협박성 취재'를 했다가 실패한 혐의(강요미수)로 구속됐다.

유 이사장은 이날 방송에서 검찰이 채널A에 신라젠 사건 취재를 ‘외주’준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얘기하면서 자신과 신라젠 임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검찰이 (사진을) 언론에 흘렸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이와 관련 전 기자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유시민 MBC라디오 출연 발언 반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유 이시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언급한) 사진은 제가 VIK 임원 SNS(소셜미디어)에서 찾은 것”이라며 "나는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단 한 차례도 검찰을 접촉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 필자도 전 기자로부터 사진을 받았을 때 출처를 물었고, 그는 "지금도 해당 VIK 임원의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수 있다"면서 직접 접속해 사진이 있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유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2월 초 갑자기 기자들이 연락해 신라젠 행사에서 내가 신라젠 임원들과 같이 찍힌 사진, 검찰 압수수색에서 나왔을 법한 자료들을 근거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기자들이 2월 5~6일에 집중적으로 사진을 토대로 문자 메시지 보내서 질문하는데 사진이라는 게 어디에 공개돼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사진은 전혀 아니었고”라고 묻자 “그런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게 검찰 제공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냐”는 질문엔 “저는 있다고 봤다”고 했다.

전 기자는 2017년 12월부터 VIK 사건을 취재했다.

유 이사장은 신라젠 불공정거래 사건과 관련이 없다. 검찰도 분명히 밝혔다.

<월간조선> 등 언론에, 신라젠의 로비의혹에 유 이사장의 이름이 거론됐던 이유는 그가 한때 신라젠의 최대 주주였던 이철 대표와 안면이 있는데다가 양산부산대병원의 신라젠 센터 개소식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 이사장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수도 있겠지만 '언론'은 연관성을 주목할 만한 '검찰'은 수사할 만한 이유가 충분했고, 결론은 '관련없다' 였다.

다 결론이 난 일을 유 이사장은 5 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기자들이 발로 뛰어 얻은 정보를 검찰로부터 받았을 수 있다는 일명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하필 유 이사장이 방송에 나온 이날은 '채널A 기자의 강요 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이 나오는 날이었다.

위원회는 한동훈(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에 대해 압도적인 다수로 '수사 중단과 불(不)기소'를 의결하고 이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했다. 심의·의결에 참여한 수사심의위원 15명 중 10명이 '수사 중단'을, 11명이 '불기소' 의견을 내렸다. 이철(수감 중) 전 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로비 의혹'을 취재했다가 지난 17일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 전 기자에 대해선 '수사 계속(12명) 및 기소(9명)'를 의결했다. 이 전 기자에 대한 강요 미수 혐의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라고 하면서도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검찰 주장은 배척한 것이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