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도이전 들고나온 與, 설마 다음 카드는 지방개발? : 월간조선

정부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나왔다. 부동산대책 실패로 민심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꺼내든 전환 국면용 카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행정기관 상당수가 세종시로 갔지만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어 비효율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21일 여권은 수도이전 논의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도, 행안부장관과 경남지사 출신인 김두관 의원도 수도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수도이전에 대해 8대1로 '관습 헌법'을 내세워 위헌으로 결정했다.

개헌을 둘째치고, 여당이 민심을 달래기 위해 꺼낸 카드가 수도이전이라는 사실이 한심스럽다. 노무현정권때 실패 요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결국 공무원들의 장거리업무를 늘리고 피로도만 높였다.

더 걱정되는 것은 정부여당이 국토균형발전을 하겠다며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을 전국 곳곳에 배치한 노무현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지정하고 몇몇 기업과 공공기관을 이전하도록 했다.

뜻은 좋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해당 지역에서 땅값과 집값이 올라 돈을 번 지주와 집주인들은 돈을 들고 올라와 서울 강남에 집을 샀다. 지방 집값과 서울 집값이 함께 상승했다. 평생 값이 오르지 않던 땅과 집을 쥐고 있던 지방민들에게도 기회를 준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결과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크게 올랐고, 결국 노무현정부의 실패 요인이 됐다.

세간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집값을 잡는 방법을 알면서도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지금같은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파다하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최근 TV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와 "(집값을 잡으려면)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 반값아파트 처럼 쉬운 방법이 있고 그냥 갖다 쓰기만 하면 된다"며 "왜 안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