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블룸버그 퀄컴 독점 구조 깨지나 지난 201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 전시회‘CES 2016’에서 퀄컴의 스티브 몰렌코프 최고경영자(CEO)가 연설하고 있다. 퀄컴은 통신 특허권을 남용해 시장 경쟁을 해쳤다는 이유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조300억원의 과징금 처분과 시정 명령을 받았다. /조선DB |
최근 미국에서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관할법원에 대해 피고의 본사소재 관할법원으로 제한한다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판결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기존의 연방 항소법원 등에서는 특허침해 제품이 판매되는 지역의 법원은 재판 관할이 있다고 판시하였으나, 이를 뒤집고 특허침해소송은 피고본사 소재지의 법원만이 그 재판 관할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배경에 대하여 살펴보면, 먼저 특허괴물 등에 의하여 특허침해소송이 남발되고 있어서 이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있는 회사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언론보도에 의하여 미국특허소송의 90퍼센트는 특허괴물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와 같이 특허괴물에 의한 특허침해소송이 남발되는 과정에서 미국 소송절차의 경우에 엄청난 변호사 비용 등 소송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폐해가 심각하다.
통상적으로 특히침해소송의 경우에 변호사 비용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일단 특허침해소송에 피소가 되면 해당기업이 입게되는 손해는 심각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특허괴물의 경우는 특허침해소송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송의 특징을 충분히 잘 활용하여 피고기업을 압박하여 엄청난 손해배상액을 받는 화해 또는 판결을 이끌어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원쇼핑을 통하여 자신들에게 소송규칙이나 배심원 제도 등 절차에서 유리한 법원을 선택하여 이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간 텍사스 동부법원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따라서 특허 침해소송의 거의 40%가 이곳의 법원에 집중하여 제기되는 부작용을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해당 텍사스 동부법원이 특허소송에 대하여 달리 특별한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는 평가되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이런 사회적인 논란속에서 문제가 된 해당 사안은 피고회사의 본점 소재지가 아닌 델라웨어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되어 피고가 자신의 본사가 소재하는 인디애나 법원으로 이송을 요청하였으나, 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기존의 논거하에 해당 제품을 판매한 지역인 델라웨어법원도 관할권이 있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는 특허괴물 등이 난무하는 미국 지식재산업계에서 특허침해소송에 피소된 사법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판결로 보여진다. 즉 엄청난 소송비용 등으로 많은 손해 등을 보게 되는 피고의 입장을 고려하여 특허침해소송의 관할법원을 피고회사의 본점소재지 관할 법원으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에 민사소송법 개정을 통하여 특허침해소송등의 관할을 고등법원이 소재하는 법원에 전속재판관할을 인정하는 동법개정이 이루어졌다. 물론 법개정안의 취지는 법원의 전문화를 도모하고 전문법원으로부터 하여금 좀더 전문적인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일본과 프랑스 등 기타 선진국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 논거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러한 법취지에 맞게 해당법원의 법관 등의 전문화 등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하여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법관 순환근무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특정법원에 특허소송을 집중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는지 상당히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할집중에 따라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얼마나 효율적인 법원 내부의 인사 및 기타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특정법원에 집중되나, 제대로 전문화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피고가 엄청난 손해를 초래하는 법원쇼핑 및 특정법원집중현상을 해소하기 위하여 내려진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우리도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
즉 이번 민사소송법개정이 사법소비자의 편익을 위한 법원관할 등의 제도가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사법소비자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하고 나아가 제대로 된 전문 분쟁해결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면 이는 실로 안따까운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부는 최근의 지식재산 사건에서 관할법원의 집중에 부응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조속하게 모색하여 이를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게을리한다면 법개정의 의미가 퇴색하고 나아가 법원 스스로가 사법소비자의 수요에 능동적으로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법행정 편의주의로 퇴보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분쟁해결 절차가 전통적인 법원편의 중심과 독점에서 새로운 분쟁해결 절차로 급속하게 다양화하게 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