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여, 한 발짝만 양보하여 자본 유출을 막읍시다! : 월간조선

2012년 7월 20일, 금속노조 2차 총파업을 맞아 인천광역시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출정식을 마친 노조원들이 부평역 광장에서 열리는 인천지부 공동출정식에 참여하기 위해 공장을 나서고 있다.

GM이 봇짐을 싼다고 하네요!

GM이 점진적으로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이 들립니다. 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매입한 후로 한국을 주요 생산 기지로 삼아왔습니다. 한국은 GM의 연간 생산물량인 950만 대 가운데 2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80% 이상이 수출되어 왔습니다. GM이 한국을 떠나려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인건비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노조의 강경한 임금 인상 요구’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M처럼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기업이 해외로 나가거나 현대자동차처럼 국내기업이 해외로 나가게 되면 일자리가 사라지게 됩니다. 지금은 일자리 한 개라도 소중하게 지켜야 할 때입니다.

노동개혁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합니다

한국노총이 2015년 4월 8일에 노사정위원회 노동개혁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지 한 달 가까이 되어 갑니다. 관련 뉴스가 없는 걸 보면 전망이 밝은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동개혁은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경제가 죽느냐 사느냐’는 이번 노동개혁의 성패 여부에 달려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자는 명분을 내세워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을 논의해줄 것을 2014년 말경에 제안하자 이를 계기로 노사정위원회가 3개월 남짓 노동개혁을 진지하게 논의했었지요. 그러나 민노총은 처음부터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하다가 일방적으로 퇴진하는 바람에 노동개혁 논의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2015년 1분기 성장률이 2014년의 같은 분기에 비해 0%에 그쳤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노총이 노동개혁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이유는 노사정위원회가 3월 말까지 합의를 전제로 논의해왔던 5대 현안을 한국노총이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썽이 된 5대 현안을 들춰봅니다.

① 일반해고 요건이나 취업규칙을 바꾸는 것

②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 연장하거나 파견업무를 확대하는 것

-35세 이상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60세 이상 근로자는 파견근로 업종을 현행 33개에서 전 업종으로 확대

③ 근로시간 단축을 당장 시행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

④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는 것

-정부안은 59세부터 임금을 낮춰 가는 것

⑤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

-정부안은 연공급을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

이들 5대 현안은 노동계를 대변하는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노동자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겠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가 기업 활동을 부추겨 경제를 살리는 것들입니다.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세계 152개국 가운데 19위이고, 2006년 이후 자본이 국내에서 해외로 120조 원 가까이 빠져나갔습니다. 이런 실정에서 노동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국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맙니다.

노동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자본 유출이 증가합니다!

한국은 정규직 보호가 심한 나라입니다. 김대중 정부가 1998년에 도입한 근로기준법 23∼26조 및 관련 시행령을 보면 정규직 해고란 사실상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정규직 해고가 어려우면 신규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정규직 보호를 완화해 오고 있지만 한국은 노조파워에 밀려 언급조차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노동시장 규제도 지나치게 심한 나라입니다. 프레이저 인스티튜트는 ‘최저임금, 채용·해고 규제, 중앙집권적 단체협상, 채용비용, 해고비용, 징집’ 6개 항목의 유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 규제 정도를 평가합니다.

이에 따르면, 한국 노동시장은 규제가 약하기로 김대중 정부에서 2000년에 123개국 가운데 58위였는데 노무현 정부에서 2003년에 127개국 가운데 81위로 악화되었다가 노무현 정부 말인 2006년에는 141개국 가운데 107위로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이어 이명박 정부 말인 2012년에는 152개국 가운데 134위로 더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달리 말하면, 2012년의 경우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기로 한국은 152개국 가운데 19위입니다. 2012년에 한국보다 노동시장 규제가 심한 나라들은 대부분 남미 독재국가들이거나 아프리카 미개국들입니다.

노동시장 규제가 심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됩니다. 이 결과 자본 유출이 일어납니다. 자본 유출은 성장 동력을 약화시킵니다. 한국경제는 지금 성장 동력이 약화되어 저성장의 덫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개혁을 통해 성장 동력을 살려야 합니다.

한국은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자본 유출이 유입을 초과해

한국은 2005년까지는 해외직접투자 유입이 유출을 초과하여 순유입(=유입-유출)이 플러스를 기록했으나 2006년부터는 한 해도 예외 없이 유출이 유입을 초과하여 순유입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여기에다 마이너스 순유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습니다. 이는 곧 성장 동력인 자본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림 1>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입과 유출, 2000∼2013

자료: UNCTAD.

한국경제는 저성장·고실업구조로 전락할 위기 상황

이를 염두에 두고, 해외자본 유치로 고도성장을 이룩한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와 한국을 비교합니다. 비교 기간은 한국의 자본유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2006∼2013년간입니다. <표 1>은 한국의 순유입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순유입의 변동 추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중국은 2006∼2013년간 순유입 합은 3,508.9억 달러에 이르고, 한 해도 예외 없이 순유입은 플러스입니다. 중국은 1980∼201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9.9%나 됩니다.

서울 크기의 1.1배에 지나지 않는 싱가포르는 2006∼2013년간 순유입 합은 1,646.6억 달러에 이릅니다. 싱가포르는 금융위기로 2009년에만 순유입이 마이너스입니다. 싱가포르는 1980∼201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6.9%입니다.

<표 1> 해외직접투자 순유입(유입-유출)의 변동 추이, 2006∼2013

	중국	싱가포르	아일랜드	한국
2006	515.6	182.8	-208.8	-36.1
2007	570.1	108.3	35.6	-132.4
2008	524.0	53.9	-353.7	-84.4
2009	384.7	-24.2	23.1	-84.2
2010	459.2	212.0	204.6	-188.7
2011	493.4	268.8	247.4	-199.4
2012	332.8	477.0	178.1	-212.2
2013	229.1	368.0	126.6	-169.5
순유입 합계 (2006∼2013)	3,508.9	1,646.6	252.9	-1,106.9

(단위: US 1억 달러)

자료: UNCTAD.

아일랜드는 2006∼2013년간 순유입 합은 252.9억 달러에 이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발생한 자본유출의 결과입니다. 2009년 이후로는 순유입이 플러스입니다. 아일랜드는 1980∼201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9%입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은 2006∼2013년간 한 해도 예외 없이 순유입이 마이너스이고, 이 기간의 순유입 합은 마이너스 1,106.9억 달러(약 120조 원)에 이릅니다. 한국은 연평균 성장률이 1980∼2013년간에는 6.3%이지만 2006∼2013년간에는 겨우 3.7%입니다.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온 해외직접투자 유출이 이 기간의 3%대 저성장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한상의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부문별 규제개선 인식 조사에서 노동 관련 규제 개선이 43.8%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한국은 기업 규제가 심해 해외기업이나 국내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자본 유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간다면 한국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한 마디로, 한국경제는 저성장·고실업구조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 시기가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노동개혁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해외 시장규모에 이끌려 유통 관련 국내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진출은 2010년에 17.2%, 2011년에 24.2%, 2012년에 32.7%, 2013년에 39.6%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국내시장이 좁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유통기업의 지속적인 해외진출 증가는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제조 관련 국내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문제입니다.

한국노총이여, 한 발짝만 양보하여 자본 유출을 막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