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력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이러다가 국민 모두가 의심증(疑心症) 환자가 되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엉뚱한 일에 시달리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백화점에서는 50만 원짜리 한우(韓牛)와 200만 원짜리의 굴비세트가 예년보다 인기가 높다는 뉴스다. 심지어 300만원이나 되는 곶감도 판다고 한다. 겁이 나서 곶감 한 알 입에 넣지 못할 것 같다.
이토록 비싼 물건들이 만의 하나 가짜라면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래서, 이러한 폐단을 불식시키기 위한 기발한 방법이 등장했다.
한우 유전자(DNA) 분석 방법이다.
농협은 17일 “DNA 분석으로 한우(韓牛) 고기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축산물 판매장이 있는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 900개 가운데 114곳 매장에서 DNA 인증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급증하는 수입 쇠고기에 대응해 투명한 유통구조와 신뢰도 향상으로 한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란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아이디어다.
실제로 가짜 한우 문제가 빈번히 언론에 보도되어 소비자들은 ‘큰 맘 먹고 산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불안해했었다.
가짜 쇠고기 판매로 회사가 문을 닫았다
외국산 쇠고기를 내국산으로 둔갑시켜 팔다가 문을 닫은 회사도 있다.
일본의 ‘유키 지루시식품(雪印食品)’이라는 회사다. 필자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교도(共同) PR(주)의 컨설팅 전문가 ‘시노자키 료이치( 篠崎良一, 62세)’ 씨가 그의 저서「위기관리 매뉴얼」에 소개한 사례다.
〈2001년 9월, 일본의 농림성은 광우병으로 인하여 외국의 쇠고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내국산 쇠고기만 판매하도록 했다. 그러나 ‘유키 지루시식품(雪印食品)’은 호주산 쇠고기를 일본산 쇠고기 상자에 넣어 판매하였다. 그리고 수량도 속여서 보조금을 챙겼으며, 세금도 탈루했다. 설상가상으로 모기업인 유키지루시 유업(雪印乳業)의 식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
2002년 1월 23일, 이 회사의 사기 행각이 들통 났다. 이 회사는 사기 용의로 고발 되었고, 경찰로부터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당했으며 간부들이 줄줄이 잡혀갔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못되어 사장이 인책ㆍ사임하였고, 사건 발생 후 3개월 만인 4월 26일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해산을 결의 하였다. 이어서 4월 30일에는 회사가 문을 닫음과 동시에 회사의 주식이 상장 폐지되었고, 2005년 8월 12일 청산되어 ‘유키지루시 식품(雪印食品)’이라는 법인의 존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소비자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죄악(罪惡)인가.
이 사건으로 인하여 임원 2명, 부장급 간부 5명이 구속되었으며 사원 950명, 아르바이트생 1,000여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헤매게 되었다.
‘조직의 운명은 신뢰에 달려있다’
일본인 3세로 1952년에 ‘시카고’에서 태어나 미국의 유명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씨는 '트러스트(Trust)'라는 책에서 “한 국가의 복지와 경쟁력은 신뢰 수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했다.
〈경제적 삶을 검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한 국가의 복지와 경쟁력은 하나의 지배적인 문화적 특성, 즉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신뢰에 대한 미담(美談)으로 도요타 자동차 다카오카(Takaoka) 공장의 작업라인에 대한 예를 들었다.
〈도요타 자동차 다카오카(Takaoka) 공장의 작업라인에서 일하는 수 천 명의 노동자 중 누구라도 자기 작업대에 있는 줄을 잡아당기기만 하면 공장 전체를 멈출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줄을 당기는 일은 거의 없다.〉
수준 높은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조직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비행기로 1,000엔짜리 과자 배달
경영컨설팅사 회장인 ‘사토 료(佐藤 良)’ 씨가 쓴「살아남는 회사」라는 책에 ‘니혼바시(日本橋)’에 있는 어느 백화점의 일화가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니혼바시(日本橋)의 어떤 백화점에서 주문받은 송년선물의 발송 여부를 체크 하던 중 한 개가 발송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겨우 1,000엔짜리 과자였고 보내야 할 곳은 후쿠오카(福岡)였다. 그런데 그날은 이미 12월 31일이다. 그날 안으로 도착하지 못하면 설날이 되고 만다. 깜짝 놀란 판매책임자는 상사에게 보고하고 곧바로 항공편을 이용하여 그 선물을 배달했다.〉
신용을 생명으로 여기는 어느 백화점의 미담(美談)이다.
‘ 비록 1,000 엔짜리 과자 한 봉지이지만 하루가 지나면 송년 선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이 백화점은 ‘선물의 값’보다는 ‘선물의 가치’에 무게를 두었다.
이것은 고객을 제일로 생각하는 진정한 서비스 정신에서 우러나오는 백화점의 아름다운 정신이다. 선물의 내용으로 보아 그 주인공은 필시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동심(童心)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애를 썼다. 어린 고객과 가족들은 이 백화점의 서비스에 감동했을 것이며, 그날 이후로 이 백화점의 평생 고객이 되었을 것이다.
‘사토 료(佐藤 良)’ 씨는 기업들이 눈에 보이는 경비절감 운동에만 집착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잠재코스트(cost)를 현재화(顯在化)하여야 하는데 기업들은 애석하게도 그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우리의 고유명절인 추석 선물에는 진실이 담겨 있을까?
DNA 검사를 받아야만 믿음이 갈까?
머지않아 사회전체가 DNA 검사를 받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