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1. 칼럼

【서봉대의 ‘되짚기’】 국회의장에다 법사·운영위원장까지 독식, 得될까? 毒될까?

서봉대  정치 칼럼니스트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21대 국회 때인 2022년 6월 9일 원구성 협상 난항으로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회를 참관한 학생들이 텅 빈 본회의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조선DB

22대 국회 원구성협상도 난항으로 치닫고 있다. 175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권 관행에 맞서면서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 게 4년 전 상황과 빼다 박았다.

 

2020년 총선 직후 원구성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줄 수 없다고 못박는 바람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의 협상에서 진통을 거듭했다. 전례를 비춰보면 미래통합당이 가져가는 게 순리였는데 이를 거부했던 것이다.

 

비례대표를 포함, 180석이나 갖고 있으니 표대결을 하더라도 거칠 게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의석수에서 크게 밀렸던 미래통합당(103)이 후반기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을 자당 몫으로 하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그것마저도 거절당했을 정도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를 단독으로 개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것으로 원구성을 마무리했다.(1년여 지난 후 재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 재분배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법사위원장은 그대로였다)

 

더불어민주당처럼 법사위원장 자리를 제1당이 차지한 것은 노무현 정부 이후 지속돼 왔던 국회 관행을 깬 것이었다. 국회의장을 제1당 몫으로 하는 대신 법사위원장은 제 2당이 맡아왔던 게 원구성 관행이었다. 국회의장 자리를 차지한 제1당의 입법독주 가능성을 견제하기 위해 법사위원장을 제2당 몫으로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것이다.

 

법사위원회의 경우 소관 상임위에서 올라온 각종 법률안 등을 본회의 상정에 앞서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이곳을 통과하지 못하면 본회의 상정·표결이 어렵다. 이에 따른 입법 교착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나 패스트트랙 등이 규정돼 있으나 요건이 까다로워 실행하기가 쉽지않았다. 법사위는 게다가 탄핵소추 문제도 다룬다.

 

이런 관행을 깨버렸던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처음이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 관행에 따라 법사위원장을 제2당 몫으로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친노(노무현) 좌장이자 원구성협상 당시 당대표였던 이해찬까지 나서서 새로운 관행을 세워야 한다며 밀어붙였다.

 

01242020062903496528.jpg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오른쪽) 원내대표와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20년 6월 29일 국회 본회의 직후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특정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1988년 13대 국회 이후 32년 만이었다. 사진=조선DB/뉴시스

 

상임위원장 관행에는 법사위원장 자리만 해당됐던 게 아니다. 운영위원장도 집권당의 원내대표 몫이었던 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4년 전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이었으니 당연히 차지했고 관행을 깰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국회 개원을 앞두고는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면서도 야당이기에 관행대로라면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어느 쪽도 맡을 수 없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두 자리 모두 차지하겠다며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압도적인 의석 수를 무기로 국회 운영에서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못할 게 없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고 그래서 원 구성 시한까지 못박아 놓고 과속 페달을 밟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운영위원장을 차지하게 된다면 70여년 헌정사에서 지속돼 왔던 관행을 깨버린 첫 사례로 기록된다. 결국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관행을 잇따라 파기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DJ, 노무현도 지켰던 이런 관행을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은 헌신짝처럼 버릴 듯한 태세다.

 

운영위원장 자리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실 관련사항을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 아닐까. 정국이 자신들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 탄핵 운운했던 상황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결국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산이 자리해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정국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포석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때문에 운영위 뿐 아니라 법사위의 위원장까지 모두 차지하겠다고 기세를 몰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를 강화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역풍은 없을까?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처럼 과반수 의석을 차지, 기세등등했던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집권당은 총선 직후부터 대통령 측근이나 친인척들의 잇단 비리 의혹에다 실정(失政)까지 겹치면서 역풍에 휩쓸려 추락하기 시작했다.

 

01242004042942901351.jpg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 의장이 2004년 4월 29일 6.5지방선거 중앙당선관위장인 김덕규의원과 얘기하고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집권당 견제여론이 고조돼 텃밭인 전남과 제주 지사 선거에서 패하고 말았다. 사진=조선DB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은 총선 직후인 20046월 광역단체장 등의 재·보선을 앞두고 권력형 비리 의혹 등으로 집권당 견제여론이 고조된 가운데 전남과 제주 지사 선거에서 패했다, 이듬해 4월 재·보선에선 당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선거법 위반)로 치러진 5곳에서 전패, 과반수 의석도 무너졌으며 그후 집권당 내부 갈등상황에서 이합집산을 거듭하다가 2007년 대선 패배(당시에는 대통합민주신당)로 이어졌다. 집값 폭등 등 각종 실정까지 겹쳐 추락을 거듭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 역시 2020년 총선 압승 이후 권력형 비리의혹이 불거졌고 1년후 당소속 단체장들의 성추행사건으로 궐위가 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분칠하는 등 비난여론을 더욱 확산시켰다가 모두 졌다. 이어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잇따라 패배함으로써 3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요즘 더불어민주당의 원구성 과속행보는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앞서 국회의장후보 경선을 앞두고 중립의무를 내팽겨치던 모습까지 떠올리면 거대 정당으로서의 기세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당시를 압도할 정도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극성 지지층인 개딸의 기세까지 더해지고 있고...

 

해피 엔딩일까, 새드 엔딩일까. 같은 당 출신 전 국회의장의 고언이다. “관행도 민주주의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원 구성을 법대로(다수결로) 하자는 것은 독재의 시작이다.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다

입력 : 2024.05.26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서봉대의 되짚기

jisang3@daum.net 경북 청송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국민일보에 입사한 이후 2020년 뉴스 1 부국장을 마지막으로 30년 언론인생활을 마무리했다. 정치부장, 정치선임기자 등으로 여의도 정치권과 청와대, 총리실 등을 취재하고 후배 기사를 데스킹하는 데 20여년을 보냈다. 현재 민간연구원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