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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흐름’】 문재인의 마지막 특별대담, ‘상왕(上王)정치’ 꿈꾸나?

이상곤  정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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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JTBC 앵커. /청와대 제공

정치는 역시 무위(無爲)의 정치가 으뜸이라 생각한다. 노자의 무위정치는 통치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통치 방법이다. 피통치자인 국민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성인이 백성들 위에 있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그 말을 낮추고, 백성들 앞에 서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자신을 뒤로 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인이 앞에 있어도 백성들은 해롭다 생각하지 않고 위에 있어도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하 사람들이 즐겁게 추대해서 싫증을 내지 않는 것은 성인에게 다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천하의 누구도 그와 다툴 수 없다.”

 

좀 긴 구절이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대담을 보고 생각이 나 인용했다. 과연 문 대통령은 어떤 철학을 갖고 지난 5년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지냈을까. 취임 초 광화문 시대’ ‘국민과 소통하는 친구 같은 대통령공약은 어디가고 그렇게 혼밥을 즐겼다는데 무슨 철학이 바탕이 돼서 그런 걸까. 한때 필자는 문 대통령의 소위 통치 철학이 뭔지 자주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접은 지는 꽤 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울산시장 선거 공작, 가덕도 신공항 추진 등 문재인의 통치는 철학이 아니라 선거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초기 필자는 문 대통령의 선한 이미지 때문에 잠깐 호의(好意)를 가진 적이 있다. 지금은 그의 이중성에 혀를 내두르고 있지만 그때는 잠깐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JTBC에서 두 번 방송된 대담은 거의 문재인의 이중성을 드러낸 결정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영화 트루먼쇼라는 비판이 어김없이 나왔다. 천성이 착해 그런 지 원래 얼굴이 두꺼운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지난 5년 정권을 거저 먹다시피 하고도 나라를 네 편과 내편으로 갈라 두 동강이 낸 데 대한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변명과 자화자찬만 하기로 작정을 한 듯 했다. 자신이 직접 사과까지 한 부동산 정책과 실패한 남북문제는 오히려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억지를 부렸다. 손석희 앵커가 받아들이기에 당혹스럽다는 말을 해도 아랑곳 않았다. 조국사태와 인사검증 실패, 김의겸 전 대변인 등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답변이었다. 오히려 저쪽(보수 진영)이 더 문제인데 이쪽(자기 진영) 문제가 더 부각됐다고 강변했다. 100년 정권을 자처하던 자신들이 왜 5년 만에 정권을 내줘야 했는지에 대한 후회와 반성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정말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된 건지 가늠이 안됐다.

 

더 가관인 것은 윤석열 당선인에 대한 감정이다. 시종일관 비판적인 평가를 하면서 노골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도 겁이 없고 어이가 없다싶을 정도로 주관적 감정을 드러냈다. 곧 국가 원로가 될 퇴임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차기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업무 인수인계에 차분히 집중하는 것이 맞다. 문재인 본인도 자신의 책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 마지막 날까지 차기 정부를 위해 여러 일을 성심껏 챙겼다고 밝혔다. 그런 그가 이번 대담에서 윤 당선인에게 하는 태도는 뭔가.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이나 대선 후보 시절 선제 타격론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것을 보고 기가 찼다. 마치 자신이 윤 당선인과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대선후보로 착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후보시절과 대통령 모드는 달라야 한다고 훈수를 두는 데서는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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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도로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하는 의견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날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 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사진=조선일보DB


여기서 언뜻 30여 년 전 5공 말기가 떠오른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국가원로자문회의를 만들고 본인이 의장으로 상왕 노릇을 하려고 획책했다. 그러나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상왕역할을 포기하고 초라하게 연희동 자택으로 물러났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 5년 재임기간 동안 한 일을 기억해야 한다. 남북 긴장 완화와 북한 비핵화는 어디 갔나? () ··중 외교는 실패하고 부동산과 국가 재정 등 경제정책 전반에서 철저히 실패한 대통령이 아닌가. 오로지 한 일이 있다면 자신들만이 정의이고 선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권력을 오남용하고 임기 막판까지 자기 편 일자리 만드는 일에만 골몰하지 않았나. 박근혜 사면과 곧 한다는 이명박 사면으로 일단락은 되겠지만 문재인 5년은 두 대통령 10년의 국정 실패 책임보다 결코 가볍지가 않다.

 

문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 만들기 때문에 국회는 지금 온통 난리통이다. 여당이 야당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검수완박법 처리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 법이 통과되면 일단 법정에 서지 않고 본인 말대로 잊힌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검찰총장인 윤석열이 차기 대통령이 됐다고 딴 생각을 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입력 : 20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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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의 흐름

l9137@naver.com 전직 언론인. 포항 출생으로 성균관대와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매일신문 서울 정치부장,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현재 블로그 '천지인애'를 운영하며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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