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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치

윤석열과 ‘언더도그마’ 현상

얻어 맞는 윤석열은 커지고, 때리는 정권은 작아지고... 尹의 '차기 대권 여론조사' 3위가 갖는 ‘함의’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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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조선DB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올랐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대권 후보군에 포함된 윤석열 총장은 야권에서 황교안,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30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주중(6월22∼26일) 전국 성인 남녀 2537명을 상대로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10.1%로 이낙연 의원(30.8%) 이재명 지사(15.6%)의 뒤를 이었다. 윤 총장은 리얼미터 조사 대상에 이번에 처음 포함되면서 단숨에 두자릿수 지지율을 획득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여권의 윤 총장 공격이 반사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15일 발표한 ‘차기 대통령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총장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28%), 이재명 경기도지사(1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2%)에 이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함께 공동 5위(1%)에 올랐다.
 
사실 지지율 1%는 미미하기 그지 없다. 중요한 건 당시 여론조사 방식이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은 자유응답(주관식)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론조사 응답자들 머릿속에 윤석열이란 이름 석 자가 이미 각인돼 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때리기'가 가속화했다. 문재인 정권 창출에 일조한 윤석열 총장은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적폐로 몰렸다.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이 같은 표변에 반발하는 여론이 윤석열 지지로 뭉쳐진 셈이다.
 
기자는 올해 1월 <문재인 정권이 올려주고 있는 윤석열의 ’몸값’>이란 기사에서 “‘정권의 탄압을 받는 사람일수록 주가는 올라간다’는 정치판의 속설이 있다”며 윤석열 총장의 부상(浮上)을 예고한 바 있다. (하단 기사 참조)
 
이 글에서 기자는 “한국 특유의 정서상 약자는 지지를 받게 돼 있다. 하다못해 동정심이라도 얻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심리가 짙어지면 언더도그마(under dogma·약자가 이기길 바라는 심리)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총장이 딱 그런 케이스다. 윤 총장 본인이 자력(自力)으로 얻은 성과는 아닐지 몰라도, 외부의 압력이 결과적으로 그의 입지(차기 대권 여론조사 3위)를 굳히게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총장의 향후 행보는 주목될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이 본인 스스로가 처해 있는 상황을 타개하려면, 확고한 의지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 즉 정권에 의해 탄압 받는 현 상황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문재인 정권이 올려주고 있는 윤석열의 '몸값'
 
박근혜·문재인 兩 정권과 불화한 윤석열의 최종 선택지는? (2020년 1월 3일 자)
 
‘정권의 탄압을 받는 사람일수록 주가는 올라간다’는 정치판의 속설이 있다. 한국 특유의 정서상 약자는 지지를 받게 돼 있다. 하다못해 동정심이라도 얻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심리가 짙어지면 언더도그마(under dogma·약자가 이기길 바라는 심리) 현상으로 이어진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정치판에서 이런 이들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6공 출범 직후인 198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태우 정권 핵심인사들은 육사 출신이자 여당인 민정당의 원내총무를 지낸 거물 이종찬(李鍾贊) 의원의 공천탈락을 꾀했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를 지역구로 둔 이종찬은 그런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외압을 받으면 더 좋다. 나는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한다. 반드시 당선된다’며 큰 소리를 쳤다. 말뿐이 아니었다. 지역구 내 모 호텔에서 지지자들을 모아 놓고 대규모 필승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노태우 정권은 그에게 공천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영삼(YS) 정권 시절 탄압을 받았던 ‘6공의 황태자’ 박철언(朴哲彦)도 비슷한 경우다. 박철언은 YS 정권 출범 후, 슬롯머신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그는 출소 후 15대 총선(1996년)에서 자민련 소속으로 대구에 출마,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박철언은 YS 정권 내내 ‘YS의 실정’을 비판했고, 그로 인해 TK(대구·경북) 민심은 빠르게 이반됐다. 15대 총선에서 YS가 이끌던 신한국당은 TK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가장 호되게 당한 유승민(劉承旼) 의원도 그런 케이스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갖가지 꼼수로 공천을 ‘줄듯 안 줄듯’ 하다가 막판에 (공천) 탈락시킨 게 유 의원이다. 유 의원은 ‘박근혜로부터 모진 탄압을 당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아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이듬해엔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이들과 비슷한 한 명이 있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정치인 그 이상의 비중을 갖게 된 윤석열(尹錫悅) 검찰총장이다. 문재인 정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보다 더 강성(强性)인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공수처에 반발하는 윤석열 총장과 검찰의 손발을 묶어 버리려 하고 있다. 사실상 ‘백기투항’하라는 얘기다.
 
박근혜 정권으로부터 탄압 받는 이미지를 구축한 윤석열 총장은 이제 문재인 정권과도 불화(不和)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색깔이 180도 다른 양(兩) 정권으로부터 핍박 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윤 총장은 정치판에서 꽤나 매력적인 카드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좌우(左右) 어느 정파에도 휩쓸리지 않는 원칙론자'로 비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윤석열 검찰에 재갈을 물리려는 문재인 정권이 되려 윤석열의 몸값을 올려주고 있는 셈이다. '반(反)문재인이면 누구든 상관 없다'는 보수 진영 일각에서도 이미 '윤석열 띄우기'가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윤석열 대망론’은 반 년 전부터 법조타운이 밀집한 서울 서초동 바닥에 돌았다고 한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 중 현재까지 ‘별다른 흠이 없는 사람은 윤석열뿐’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한다.
 
윤 총장에게도 한계는 있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윤석열 총장이 정계에 데뷔할 경우 가족 문제 등이 터져 나올 수 있다”며 “윤 총장도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작년 10월 《월간조선》과의 만남에서 “윤 총장이 집념을 갖고 수사를 벌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조계 인사에 따르면, 국정농단 사건 이후 윤 총장이 가장 신경을 썼던 수사가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라고 한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윤석열 총장 머릿속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넘어 삼성 승계 과정까지 파헤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한 혐의는 분식회계인데 왜 승계까지 수사선상에 올렸는지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승계 문제는 이미 국정농단 때 다뤄진 혐의 아닙니까. 거기서 명확히 규명을 못 했기 때문에 윤 총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과도하게 집착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2018년 12월부터 분식회계 수사를 했는데, 증거인멸 등으로 8명을 재판에 넘긴 게 전부고 분식회계 혐의로는 한 명도 구속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럼 수사를 접어야 하는 게 맞죠.”
 
박근혜·문재인 양 정권과 불화하며 '독자노선'을 걷는 윤석열 총장의 최종 선택지는 무엇일까. 공수처를 수용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검찰 조직이 '반신불수' 되는 모습을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더 큰 꿈'을 꾸며 '더 높은 길'을 걸을 것인가.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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