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사진)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위원장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김 전 대표가 내건 '조건'이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제안을 받고 최종결정을 앞둔 상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전 대표는 미래통합당의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제안받고 이를 수락하는 조건으로 '잘못된 공천 해결'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일부 언론에 "통합당의 사천 논란, 공천 후유증 등을 해결해야 갈 수 있다"고 했다. 사천(私薦) 논란이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자신과 가까운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공천했다는 것이다. 통합당측도 "김종인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이 있어 선대위 출범 일정에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요구하는 내용은 무엇일까. 정치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김 전 대표는 서울 강남지역 등 통합당에 유리한 지역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를 강남갑에,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가까운 최홍 후보를 강남을에 공천한 점에 대해 김 전 대표가 지적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과 부동산문제 등으로 지지층을 결집해야 할 강남지역의 공천을 처음부터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 알려진대로 김 전 대표가 특정지역 공천권을 요구했다기보다는 문제가 있는 지역을 언급하며 다시 짚어보자고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공관위의 '물갈이'에는 동의하지만 물갈이 지역에 공천하는 인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공천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김 전 대표가 공천에 대해 언급하면서 선대위 출범 전 김형오 위원장과 김 전 대표간의 신경전이 치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황교안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관위에 일부 공천 결정 재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공천과 관련한 당내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 '물갈이' 공천을 주도했고 결국 민주당은 제1당이 됐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