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전용 정당을 만들기로 사실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비난하던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전용 자매정당)의 전례를 따르겠다는 것으로, 자신들의 말을 번복하며 국민앞에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목적은 오로지 '미래통합당 제1당 저지'다. 사회적 약자와 직능대표 등을 국회에 진출시키기 위해 만든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권도 내놓을 태세다. 정치의 원칙과 명분도 저버린 셈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최근 당 지도부에 보고한 총선 전략보고서에는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며, 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 한다.
민주연구원 보고서의 내용은 이렇다. 민주당과 민생당,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미래당 등이 비례연합정당에 비례대표 후보자를 파견하고, 선거 후 당선자는 각 당으로 복귀하자는 내용이다. 보고서에는 비례전용정당 설립을 위해 정의당을 설득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비례대표 후순번(7번 이후)을 받아도 좋다"는 내용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은 없는 셈이다.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비례전용정당을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상태에서는 민주당이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비례 연합 정당에 참여할 경우 이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22석,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는 18석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지 않고 현재 상황대로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 각 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고 선거를 치르면 민주당은 비례대표로 6~7석, 정의당은 9석 정도를 얻고,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주연구원측은 "미래통합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지고도 원내제1당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며 "탄핵세력이 1당이 돼 탄핵을 추진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정당 지지율 7% 이상을 얻은 정의당의 참여여부다. 그러나 이미 고정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정의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거의 없다. 또 정의당은 비례대표 경선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 29명의 명단과 순번을 이미 발표한 상태다.
정의당의 참여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몸부림을 치는 것은 오로지 미래통합당의 제1당 가능성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국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는 정치의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져도 한참 멀어졌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