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중국의 방역 노하우를 포함해 질병예방통제 경험을 토대로 신속하게 불필요한 국가 간 이동을 줄이는 것이 감염 확산 차단에 매우 중요하다."

 2월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 말이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의 발언을 2월 27일 공개했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는 "최근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 등 과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실에 입각하여 과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하였다"고 밝혔지만, 왕이의 이 발언은 알리지 않았다. 중국이 지방정부들을 앞세워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격리조치 등을 취하면서 국내 여론이 격앙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이 중요한 발언을 은폐한 것이다. 

사실 우리 외교부의 은폐가 아니어도 중국의 입장은 이미 알려졌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월 27일 ‘중국으로 오는 한·일 입국자에 대한 격리는 절대 차별대우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 반드시 지적해야 하는 건 이게 외교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방역문제” 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 중국의 26개 성·시에서 신규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만들기까지 중국이 치른 대가가 엄중하다”며 “ 만일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을 특수 집단으로 분류해 방치하다 역병이 재발하면 중국 인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2월 26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자오 리지안 대변인은 “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과 한국에서 중국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것이 과잉 반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것에 대해 언급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자오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바이러스는 경계를 모른다.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시민 및 외국인의 건강과 안보를 보호하고 지역 및 전 세계 공중 보건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국경 제한 조치를 취해왔다. 이러한 조치가 과학에 기초하고 전문적이고 적절하다면 사람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국의 조치를 옹호했다. 그는  “중국의 전염병 통제 경험 중 하나는 외출을 줄이고 군중을 멀리하는 것이다. 이는 교차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과 협력하여 공동 예방 및 통제를 수행하고 국경 진입시 관련 조치를 강화하며 불필요한 여행을 줄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자국 지방정부의 조치들을 합리화한 셈이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각국이 우한폐렴을 조기에 차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각국이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던 2월 초만 해도 중국 정부의 반응은 그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조치를 취할 때마다, 중국 외교부는 외교적 수사로 감싸기는 했지만 그런 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했다.

2월 1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WHO는 여행 제한 사항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조언했지만, 미국은 반대방향으로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나쁜 예를 만들었다. 확실히 선의의 몸짓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화춘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월 3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일부 국가에서 중국 국민에 대한 여행 제한을 발표하고, 특히 미국은 중국 여행 자문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지난 2 월 2 일부터 지난 14 일 동안 중국을 여행 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금지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불필요하게 국제 여행을 방해하는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동안 미국, 특히 일부 국가는 부적절하게 과잉 반응하여 WHO의 권고에 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중국을 방문한 중국인이나 외국인에게 여행 제한을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캐나다 보건부 장관의 발언을 환영했다. 그는 “우리는 각국이 합리적이고 차분하며 과학에 근거한 판단과 대응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WHO와 '합리적이고 차분하며 과학에 근거한 판단과 대응'은 이후 중국이 외국의 중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등에 반대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가 됐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월 4일에도 “건강관리 시스템과 고급 공중 보건 기능을 갖춘 일부 선진국은 중국에 과도한 제한을 가했으며, 이는 WHO의 조언에 반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미국 언론과 전문가조차도 정부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한은 WHO가 거부 한 것이며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실제로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중국과의 비행을 중단 한 것이 ‘과잉 대응’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시다시피 WHO는 중국에 대한 여행 제한을 권장하지 않으며 심지어 반대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고 답변했다.

2월 5일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인 여행자에 대한 국경 통제, 검역 조치와 같은 적절한 대응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동시에 일부 국가에서는 과도한 조치로 과잉 반응을 보였으며 이는 WHO 권장 사항과 분명히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국가가 전염병 상황을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차분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평가하고 WHO 권고를 존중하며 중국의 전염병 통제 노력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이 취한 조치는 WHO 권고와 일치해야하며 정상적인 인사 교환 및 실제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합리적인 수준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중국인에 대한 조치들을 겨냥, “WHO는 국제 여행과 무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치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면서 “우리는 관련 국가들이 WHO의 권고를 존중하고 과잉 반응이 아닌 현재 상황에 대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대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황은 어떤 바이러스보다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있다. 전염병에 대한 모든 반응은 두려움 대신 과학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면서 “세계화 시대에는 모든 국가의 관심사와 미래가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2월 18일 겅솽 대변인은 일부 국가가 취한 비자 및 여행 제한 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WHO는 여행이나 무역 제한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우리는 모든 국가가 침착하고 과학적 판단을 내리고 합리적으로 반응하며 WHO의 권위 있고 전문적인 권고를 존중하기를 바란다. 과도한 반응은 불필요한 공황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인력 교환 및 실질적인 협력을 방해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인에 대한 여행 제한 조치에 반대한 것이다.

반면에 중국 외교부는 중국인에 대한 ‘낙인찍기’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해외에서 나올 때마다 쌍수를 들고 이를 환영했다.

2월 13일 겅솽 대변인은 이탈리아 나폴리, 일본 도쿄 등에서 중국인들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가 벌어진 데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유엔사무총장, WHO 사무총장, 국제 기구 및 외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차별, 낙인찍기, 과잉반응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많은 국가, 특히 젊은이들이 양심과 정의를 지지하고 편견과 불의를 기각하고 자신감과 힘을 전하기 위해 실제 행동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인들에게 도덕적, 영적 지원을 주었다”면서 “우리는 성실과 친절이 소외를 극복할 것이며, 걱정과 동정은 공황과 두려움에 의해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2월 20일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강승석 주우한총영사 부임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강 총영사의 부임을 환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다른 정치인들은 전염병이 발발 한 이래로 가까운 이웃으로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를 돕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관대한 기부를 했다.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에 이 엄청난 동정심이 쏟아지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싱하이밍, 후베이성 중국인 입국제한에 불만 표시
 

한국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중국인 입국 금지에 반대했다. 그는부임 직후인 지난 2월 4일 우한폐렴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때 그는 후베이성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한 한국정부의 조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정부의 관련한 발표에 유의했다. 2015년 6월 중국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한했고, 내가 실무를 맡았다. 한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한창 심할 때였고, 한국분들을 만나면 ‘정말 고맙다’ ‘중국은 믿을 수 있는 이웃’이라고 했다. 불행한 사태 앞에서 서로 이해하고 역지사지했으면 한다. 한국이 취한 조치, 그에 대해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 그러나 과학적인 것은 이런 면에서 가장 권위 있는 WHO의 근거를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

 미국이나 베트남 등이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데 비하면 아주 제한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만을 표시하면서 그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국, 짜이유!”를 외치는 동영상을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 어려움”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76만명이 넘게 참여한 중국인 입국금지 국민청원을 묵살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중국 유학생들도 우리 학생들”이라고 감싸 안았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다투어 중국에 마스크를 보내는 바람에 국내 마스크가 동이 났다.
2월 24일 자오 리지안 대변인은 “친절한 행동을 보답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훌륭한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중국인들이 친절한 행동에 대해 어떻게 보답하는 지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