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의 부적절한 개헌주장 : 월간조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월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에서 압승할 경우 제왕적 대통령을 막을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11월 여야 5당 대표와 만나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 그것이 총선 이후 쟁점이 된다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느냐”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회견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되풀이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21대 국회 개시 1년이 개헌 적기”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악을 지적하면서, 이런 개헌논의에 힘을 실어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미 2018년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을 내세워 개헌안을 내놓은 적이 있는 집권세력은 그렇다 쳐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제왕적 대통령제' 시정을 위한 개헌 주장하고 나선 것은지금의 상황에서 대단히 뜬금없는 얘기다. 특히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좌우의 역학관계를 생각할 때 매우 부적절한 주장이다. 왜냐하면 지금 개헌 논의가 진행되면, 그 개헌 논의는 필연적으로 ‘사회주의 개헌’,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실질적 해체로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늘 개헌이라고 하면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언론도, 국민도 개헌이라고 하면, '권력구조'만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2018년 새해 벽두 조국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 들고 나와 설명했던 개헌안은 이전의 개헌안과는 그 질을 달리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자유'는 삭제하고 '사람 중심'을 내세우면서 경제적으로는 국가통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좌파세력의 기득권을 보장하고, 연방제로 가는 길을 여는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사회주의 개헌안'이었다. 그 개헌안이 통과되는 순간 자유대한민국은 매장되는 반역적 개헌안이었다.

'자유'의 삭제에 놀란 분들이 여기저기서 의구심을 제기하자, 그리고 다른 현안들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일단 개헌안을 접어넣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그 우당(友黨)들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 문재인 정권은 다시 한번 '사회주의' 개헌안을 들고 나올 것이다. 그 경우 황교안 대표나 자유한국당, 그리고 보수매체들도 일단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한 이상, 거기에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단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황 대표나 자유한국당이 아무리 논의를 '제왕적 대통령제' 시정으로 한정하려고 해도, 결국은 헌법 전체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들이 그럴듯한 명분을 가지고 들이밀면, 의회정치의 논리상 이것저것 양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나 자유한국당이 지금까지 보여준 이념적 정체성을 생각하면, 이때 그들이 '사회주의개헌'의 독소조항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을 저지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즉 어떠한 개헌논의를 하더라도, '사회주의개헌'에 악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지형은 이미 좌파세력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 그나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의지처가 바로 1987년에 만들어졌고, 33년간 지켜온 '대한민국헌법'이다. 국민들의 요구와 여야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고, 72년간 이어져온 헌정사상 가장 오랫동안 지켜져온 헌법이다.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을 요구하고 있는 그 헌법이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마지막 방파제가 되고 있다.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어떠한 개헌 논의도 그 방파제를 허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주장해야 할 일은 '개헌'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지키기 위한 '호헌(護憲)'이다. 즉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여러 가지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총의(總意)를 얻어 만들었고 유지되어 온 헌법으로 결정적인 하자(瑕疵)는 없었고, 개헌을 둘러싼 논의는 또 다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호헌(護憲)'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제도의 점진적 진화를 통해 개혁을 달성하고자 하는 보수(保守)의 본령에도 맞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