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조선 캡처.
금융감독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노건평씨 처남)씨가 2003년 12월 부터 2004년 2월까지 2개월 간 47명으로부터 투자 목적조차 제시하지 않고서도 무려 653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모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투자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누가 이런 거액을 맡겼는지, 모금 과정에 권력의 비호는 없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민씨는 2004년 2월 10일 발매한 주간지 '시사저널(747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청와대·금감원·경찰과 ‘조율’하고 있음을 여러 번 내비쳤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민씨는 2004년 1월 29일 금감원의 조사를 받은 다음날 인터뷰에서 ‘투자회사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 “어제 오늘 사람들 만나서 숫자는 조정했다. 법적으로 50명 넘으면 문제가 있다니까 40명 전후로 만들었다. 다 컨트롤했다. 그렇게 해서 무마되는 걸로 조율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50명 이상으로부터 20억 원 이상을 모아 유가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금감원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 없이 투자행위를 했다면 증권거래법 위반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시점이었다.
민씨는 2004년 2월 2일 인터뷰에서는 “청와대에서는 일만 합법적으로 하라고 한다. 그렇게 결론 났다”고 말했다. 또 전직 차관급 인사 개입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단순한 투자자다. 개입해서 역할을 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 확대 안 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2월 3일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과 관련,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시늉은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움직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인터뷰에서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민 원장이 투자자 수를 65명에서 47명으로 바꾸었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실수한 것 같다. 오늘 아침 문(재인) 수석하고도 통화했는데”라고 답변했다.
이른바 '민경찬 653억 불법펀드 모금의혹' 사건이다. 민씨의 ‘653억 원 펀드 모금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04년 3월 10일 “민씨가 언론을 통해 ‘이미 653억 원이 모금됐다’는 허위 내용을 퍼뜨렸다”며 “청와대 및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사전조율 의혹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민씨는 지난 2002년 영안실 임대 등을 미끼로 17억7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민씨의 동업자인 J리츠사 대표 박모씨와 이사 방모씨는 작년 동대문 주차장 상가 사기 분양으로 25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민씨측과 접촉했던 B그룹 대표 이모씨는 회사 돈 270억여원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 사건이 노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특수 신분’을 가진 민씨를 보고 몰려든 인물들 간의 잘못된 만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노건평씨 부인 민미영씨의 남동생이자 의사 출신인 민씨는 2001년 푸른솔병원을 개업했다가 1년 만인 2002년 5월 부도를 맞았다.
당시 그는 130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또다시 이천에 새로운 병원을 짓겠다면서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는 2004년 1월 투자회사를 차린 뒤 2개월 만에 653억 원을 모았다고 밝혀 이른바 '민경찬 펀드' 사건이 불거졌으나, 검찰 수사에서 민씨가 자기과시를 위한 자작극을 벌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난 것이다.
다만 검찰은 민씨가 2002년 5월 신축 병원의 임대사업권을 주겠다고 속여 1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따로 밝혀냈으며, 그는 징역 2년2월을 선고받았다.
소위 '민경찬 653억 불법펀드 모금의혹' 사건으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민정수석 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여당에서 조차 문 대통령이 대통령 친·인척 문제 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의 운명'에서 민경찬 사건과 관련 "청와대 역시 수사권이 없어 더 파고들 수 없었다"며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15년 전 '민경찬 의혹'을 다시 꺼낸 것은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때문이다.
유씨는 금융위 국장으로 있을 때 세금 감면 등 기업 편의를 봐준 대가로 골프채, 항공권, 자녀 유학 비용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혐의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작년 말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이 '조국 민정수석 지시로 유씨 감찰이 중단됐다'고 폭로하면서 밝힌 내용 그대로다.
특감반 보고 문건을 보면 기업·기업인 이름과 함께 유씨가 받은 금품 종류까지 나와 있다. 특감반원들이 유씨를 몇 차례 대면 조사까지 하면서 파악한 내용인데, 검찰 수사로 실제 근거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당시 조국 수석은 "경미한 품위 유지 위반 수준이었다"며 특감반 조사 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청와대 특감반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씨는 특감반에서 3번째 조사를 받은 직후 75일간 병가를 냈다. 그 사이 '조사 중단' 지시가 있었다. 유씨가 누군가에게 구명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갑작스러운 조사 중단 지시에 특감반장조차 "굉장히 분개했다"고 한다.
정권의 권력자가 유씨 뒤를 봐주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실에 파견됐고 대통령 일정을 담당하는 제 1부속실에서도 근무했다.
2004년 2월 12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야당의원들은 '민경찬씨 펀드조성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이날 참석한 신해용 당시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민경찬 의혹과 관련 "청와대측에서 민정수석실 유재수 과장이 민씨와 마산고 동기인 박삼철 금융감독원 비제도금융국 팀장에게 친구니까 만나 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었다"고 했다.
유씨도 민경찬 의혹과 엮인 여러 명 중 한명인 것이다. 당시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