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 MIA·지소미아)을 파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 파기를 '카드'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였다. 작년 가을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발표에 이르기까지 한·일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자, 청와대 핵심부는 지소미아 파기를 '지렛대'로 삼기로 했고, 이후 미국에 '중재'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딱 잘랐다. 미국 한·일 간의 중재인이나 심판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고위 관리들이 한국 정부가 파기를 선언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유지를 공개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에서 한미 관계의 균열을 우려하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종료돼도 한·미 동맹 관계가 옅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10여일 앞두고 미 국무부·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으로 총출동해 '파기 결정을 번복하라'고 압박하는데도 동맹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1월 10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한·일 갈등과 관련 "지소미아 문제 같은 경우는 원칙에 따라야 할 문제로, 한·일 문제는 국회가 함께 힘을 모아주면 (일본과의 협상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 해제 없이는 지소미아 연장도 없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야당들이 이에 따라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앞에서는 동맹에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지만 후폭풍이 내심 걱정됐는지 청와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수출 규제 해제를 논의하는 국장급 대화를 재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종전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발표도 했다. 결국 얻은 것도 없이 뽑았던 칼을 칼집에 다시 넣게 된 것이다. 소위 '죽창 외교'의 허무한 결말이었다는 지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할 때는 이렇게 논평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본과의 외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지소미아는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하긴 하나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한일 간 우호와 공조의 의미가 있어 유지해왔으나, 우리를 불신하는 국가와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한·미·일 3각 협력을 깬 책임을 한국에 묻자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한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은 이랬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을 환영합니다. 이는 국민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한미 동맹을 보도 굳건히 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입니다. 향후 일본은 수출규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성실하게 임해, 양국 간 신뢰의 위기를 초래한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고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에 적극 나서주길 촉구합니다."
같은 정당이 내놓은 논평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다른 반응이었다.
유명가수 싸이의 '새'라는 곡의 가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나 갖다가 너는 밤낮 장난하나. 나 한순간에 새됐으."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