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멕시코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경기가 열린 지난 24일 국가대표선수들의 라커룸을 찾았다. /청와대 제공
2018년 6월 24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이 끝난 직후 손흥민은 상의를 벗은 채 국가대표팀 라커룸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2 대 1 패배. 연패(連敗)로 사실상 16강 진출이 어려워진 탓이었다.
이때 라커룸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이날 로스토프 아레나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수행원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손흥민이 어디 갔어?”라며 울고 있는 그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손흥민 손을 잡아끌어 카메라 앞에 세운 뒤 오른팔을 세워 올리는 ‘파이팅’을 시켰다. ‘파이팅’ 하면서도 손흥민은 계속 울었다.
청와대는 4분짜리 ‘격려 방문’을 사진으로 편집해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 “해외에서 열리는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대통령이 직접 관전하고 현장에서 선수단을 격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글과 함께였다. 정부가 운영하는 KTV국민방송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손흥민의 ‘라커룸 눈물’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청와대 의도와는 달리 ‘격려 방문’ 사진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온라인 공간에서 “패배로 침울해하는 선수단 라커룸을 찾아가는 것이 온당한가” “울고 있는 선수까지 불러 세워서 ‘쇼(show)통’ 해야 했나” “문 대통령이 꼰대 같이 느껴진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1년 4개월 뒤인 2019년 10월 15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전쟁'과 '지옥'을 경험했다.
이날 평양에서 북한과 월드컵 예선을 치른 국가대표팀에게 북한 대표팀은 팔꿈치를 휘두르고 무릎을 들이댔다.
경기 중 완전히 폭행을 당한 우리 선수도 있었다.
주장 손흥민은 "축구를 하다 보면 몸싸움은 당연히 허용되지만 누가 봐도 거칠게 들어왔다"며 "북한 선수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 작전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심한 욕설도 들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회복을 최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북한 대표팀이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플레이를 하자 우리 대표팀은 당황했을 것이다.
주장으로서 손흥민은 할 말을 했다. 그런데 소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터뷰라고 손흥민을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손 선수에 대해 '축구만 잘 하지 정치의식이 부족하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남북 평화에 기여는 못 할 망정'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결정을 비판하는 글엔 '그래서 (북한과)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는 댓글도 달렸다. '북한 나름대로 매너를 지킨 것'이라는 등 북한을 변호하는 글도 있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8일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국무조정 실장에게 "김일성경기장 텅 빈 데에서 겨우겨우 게임을 뛰고 돌아왔는데 오자마자 문빠 네티즌들이 달라붙어서 축구만 잘하지 정치의식이 부족하다고 손흥민 선수에게 악플을 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의 답변이 가관이다.
"스포츠와 정치의식은 분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김정은과 관계가 좋다고 자랑하고, 홍보해 온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국가대표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대통령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주최를 하겠다고 했다.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이 무관 중에 중계도 안 해 주는 마당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주최를 하겠다고 한다. 가능한 일이냐”고 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