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언급해 시비 자초한 박원순..."서초구가 협조 안해 '촛불집회' 화장실 설치 못해" : 월간조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또 ‘관할 구역’을 내세웠다가 시비가 붙었다. 박원순은 1일, 서울시 산하 사업소인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 28일에 있었던 ‘조국 옹호 집회’에 대해 얘기했다. 이 자리에서 박원순은 먼저 소위 ‘박근혜 탄핵 촉구 촛불 집회’를 가리켜 “사실은 1000만이 훨씬 더 많이 모였는데도 단 한 건의 안전사고나 폭력이 없었지 않았습니까?”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월간조선》은 이미 이 같은 박원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6년~2017년 당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이른바 ‘촛불집회’에서는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와 관련해서 ‘개인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등은 《월간조선》 을 상대로 정정보도 등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한편,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시장님 역할이 굉장히 컸지 않았습니까, 그때는?”이라고 추켜세웠다. 박원순은 “그때는 그랬죠”라고 동조하면서도 “이번에는 서초구라서 만만치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관할이 아니거든요”라고 말을 꺼냈다. ‘조국 옹호 집회’가 열린 서초대로, 반포대로는 서울시가 관할하는 구역이 아니라는 박원순의 주장이다.

이에 진행자가 “시장님, 그러면 화장실 문제라도 어떻게 해결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묻자, 박원순은 “이게 또 길이라는 게 다 관할구역이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요청들이 많았어요, 화장실 문제라든지”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서초구청장하고는 협조가 잘 안 되십니까?”라고 물었다. 서초구는 서울 관내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야당인 자유한국당 단체장(조은희 구청장)이 구정을 총괄하는 곳이다.

이에 박원순은 “당이 달라서” “그날도 다른 축제(서리풀축제)를”이라고 답했다. 이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당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원순에게 비협조적이다”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진행자는 “당이 달라도 소변은 봐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원순은 “그러니까 말입니다”라면서 맞장구를 쳤다. 이들 문답에 따르면 조은희 구청장은 자신의 정파적 입장에 따라 ‘조국 옹호 집회’ 참가자들의 불편을 외면한 치졸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박원순이 1일,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출처=서울시 교통방송

이에 대해 서초구청은 1일 오전 “당이 달라서 이동화장실 설치가 안 된 것처럼 발언한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문을 냈다. 조은희 구청장도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화장실의 불편함을 야당인 서초구청 탓으로 돌려 정쟁을 일으키는 듯한 박 시장의 발언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서울시에서 청소 협조 요청만 와서 정말 깨끗하게 청소했다. 화장실 요청은 없었는데,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발언해 마치 서초구가 협조하지 않은 것처럼 비쳐 난감하다”고 밝혔다.

조은희 구청장의 입장을 전한 이 매체는 ‘조국 옹호 집회’가 열린 도로는 ‘도로법’상 서초구가 아닌 서울시가 관리하는 ‘특별시도’라면서 그 관할권이 서울시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애초부터 서울시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서초구가 마음대로 임시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는 도로인데도 박원순은 상기한 것과 같은 주장을 한 셈이다. 해당 매체의 설명에 따르면 박원순의 행태는 서울시가 '조국 옹호 집회' 참가자들의 불편을 예상하지 못해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으면서, 그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책임을 서초구에 떠넘긴 것과 같다. 이는 추후 서울시와 서초구 사이에 오간 공문 내용을 통해 확인해야 할 문제다.

박원순은 과거에도 불필요한 ‘관할’ 문제를 들먹여 논란을 자초했었다. 박원순은 2013년 11월 16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에 헬기가 추락한 사고와 관련해서 “서울시 관할은 아니지만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어떤 개선이 있어야 하는지 서울시 차원에서 조사해 보고 대안을 만들어서 국토교통부에 제안하고 협의도 하겠다”고 말해 ‘책임 회피 논란’에 휘말린 일이 있다.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