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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유승민(사진) 의원의 10월 탈당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8일 젊은의사포럼 주최 특강에서 “바른미래당이 창당 후 보여드린 것이 없다”며 “결심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결심해 행동'이라는 단어가 탈당을 시사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0일 유승민계를 비롯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15명은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을 출범하고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상회의를 열었다. 비상행동에는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비당권파 의원 15명이 모두 참여했다. 유승민계 8명, 안철수계 7명이다. 모임의 대표는 유승민 의원으로, 당 최고위원회의와 같은 시간에 회의를 열어 유승민계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비당권파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비상행동을 전 당원 비상대책기구로 확대하고 바른미래당을 개혁정당으로 환골탈태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유 의원이 지난 28일 특강에서 한 “호남·영남, 보수·진보의 갈등을 당 안에서 1년 넘게 겪어오면서 정작 보여드린 것이 없다. 바른미래당에서 와서 이런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고민이 깊다”는 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 안팎에서는 바른정당계의 좌장격인 유 의원이 바른정당계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에 탈당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유승민계는 탈당을 강행할 의지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승민계가 탈당해야 하는 이유와 탈당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탈당해야 하는 이유
'유승민계'는 지금의 바른미래당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당내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고, 당권파가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2018년 9월 손학규 대표가 취임한 후 적지않은 갈등을 보여왔다. 손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와 호남 출신 국민의당계의 지지를 얻어 대표가 됐지만,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와는 정치적 지향점이 달랐다. 바른정당계인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안철수와 합친 것이지 손학규와 합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손 대표와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패스트트랙 사태 등을 거치며 국민의당계 중에서도 호남계와 뜻을 달리하는 '안철수계'가 유승민계와 함께 비당권파를 형성하게 됐다. 비당권파는 손학규 체제가 보수대통합과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손 대표와 당권파는 대표직을 놓을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면서 비당권파는 지난 27일에는 비당권파 의원 13명이 별도 의원총회를 열고 30일부터 손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탈당 또는 분당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은 더 시간이 지체될 경우 내년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과 합칠 의지는 없다고 표명한 만큼 탈당한다면 바로 신당을 창당한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바른정당계 의원이 10월 중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당 보조금이 11월 중순에 지급되는 만큼 신당을 창당하려면 이 전에 해야 조금이라도 보조금을 받아 총선에 임할 수 있다.
탈당하지 못하는 이유
탈당하지 못하는 이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은 상당기간 진행돼왔지만 비당권파는 탈당하는 쪽이 당명과 정당보조금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 탈당시 교섭단체가 될 수 없다는 점 등의 이유로 탈당을 단행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또 유승민계 8명만 탈당할 경우 그 영향력이 크지 않은 만큼 안철수계 7명도 함께 탈당하는 것이 최선인데, 안철수계 7명은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비례대표다.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유승민계 의원들은 안철수계의 '출당'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동의해 출당될 경우 의원직은 유지된다. 당권파 한 관계자도 "비례대표 출당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출당이 이뤄지려면 당권파 중 상당수가 동의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유승민계 탈당'은 정치권에서 '늘 나오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이야기'라는 의견도 많다. 야권 한 관계자는 "올해 정당보조금을 받으려면 11월 15일 전에 창당을 해야 하는데, 국정감사중에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현역 의원이 있겠느냐"며 "탈당과 창당을 하더라도 연말연초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