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자금을 노린 금융 범죄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의 대출, 보증심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5월 기술보증기금의 ‘원클릭보증’ 을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총 100억원의 대출을 받아 편취한 범죄조직원 95명을 검거했다.

원클릭보증은 영업점 방문 없이 온라인 기술력 자가 진단으로 보증 가능 여부를 예측하는 빅데이터 기반 보증 상품이다.

경기남부청이 기술보증기금에 보낸 ‘기술보증기금 「보증서 발급 과정」 개선 건의’ 자료에 따르면, 범죄조직은 대출명의자들을 모집한 뒤 이들에게 공인인증서 등 모든 권한을 양도받아 보증을 대리 신청했다.

범죄조직은 기술보증기금의 상담과 현장 실사를 대비해 허위 사업계획서와 예상 질문 답변서를 작성했다. 이를 전달받은 대출명의자들이 해당 자료를 숙지한 후 기술보증기금 심사 과정에서 활용했다.

권향엽 의원은 “이번 사건은 현행 기술 보증심사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범죄 일당이 예상 질문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기술보증기금의 정형화된 질문 패턴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남부청은 수사 과정에서 ‘기술보증기금의 현장 실사 당시, 형식적인 질문에 답변한 것이 전부였다’는 일부 대출명의자의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다.

또 기술 보증 신청 시기에 설립된 사업자임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서류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실제 매입·매출이 정상적으로 발생했는지, 직원의 실제 근무 여부 등에 대한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깡통 앱’ 으로도 심사 통과

범죄조직이 허위 사업계획서상에서 만들겠다고 밝힌 애플리케이션은 제작 시간이 7분밖에 소요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기초적인 수준이었지만 대출명의자들은 해당 앱이 어떻게 제작됐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대출 명의자의 앱 제작 과정 재연 능력을 확인했다면 ‘깡통 앱’임이 즉시 드러났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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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보증기금은 해당 사건 이후 ‘원클릭보증’지원 기업 1만651개사 중 보증 해지, 사고기업 2615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8036개사를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집중 사후관리가 필요한 취약 기업은 431개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범죄조직에 가담한 대출명의자 대부분이 채무 이행 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전수조사에서 제외된 보증해지, 사고기업에 포함됐을 확률이 높다.

최근 5년간 원클릭보증의 보증사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이 권향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자 연체가 372건 ▲원금 연체 248건 ▲폐업 196건 ▲신용관리정보등록 125건 순이었다.

권향엽 의원은 “정책자금 대출사기, 허위 보증 등의 문제는 기술보증기금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중소상공인에게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모든 공공기관의 공통된 문제”라며 “허위 자료 제출 및 금융 부조리 조직 등에 대한 일회성 전수조사는 물론 범죄 징후를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권 의원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그날 영업을 쉬지 않고도 편리하게 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정책자금 지원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촘촘한 검증 절차를 통해 정책자금을 노리는 금융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 금융기관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