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여성 정치범 34명이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를 계기로 촉발된 '히잡 시위' 2주년을 맞아 단식 투쟁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옥중 편지가 공개됐다.

이란 인권 운동 단체 나르게스 모하마디 재단은 16일(현지시간) "히잡 시위 2주년을 맞아 간접적이고 어려운 방법으로 모하마디의 편지를 입수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편지는 "마흐사 아미니가 살해되고 '여성·생명·자유'라는 장엄하고 강력한 운동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났다"며 "이 힘겨운 2년 동안 억압과 차별, 폭정에 지쳐 고통받는 사람들의 몸에는 흔적이 남았지만, 국민은 큰 변화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이슬람 공화국 정권을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이는 종교 폭정의 근간을 뒤흔든 변화"라고 했다.

이어 "이 시위는 지난 대선 당시 한 후보가 실시간 토론에서 인정할 만큼 정권에 대한 국민의 환멸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히잡 시위 2주년을 맞아 민주주의, 자유, 평등을 달성하고 독재를 물리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하자"고 썼다.

지난 2022년 9월 13일 당시 22세이던 쿠르드계 이란인 마흐사 아미니는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에 체포됐다. 아미니는 경찰서에서 조사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흘 뒤인 16일 숨졌다. 이를 계기로 이란 전역에선 아미니의 의문사에 항의하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번졌고 이란 정부는 이를 강경 진압했다.

한편 재단은 나르게스 측 변호사의 진술과 수감자 증언을 인용, 에빈 교도소 내에서 구타, 성폭력, 변호사 접견 금지 등 지속적인 인권 탄압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폭로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재단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인지 묻고자 주한이란대사관 측에 이메일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