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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먼저다!" - 폴란드의 카친스키, 일본의 도쿠가와 츠네요시

동물보호법 강행했다가 연정 붕괴 위기 처한 카친스키, 일체의 살생을 금해 원성샀던 츠네요시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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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법과정의당 당수(왼쪽). 에도 막부의 제5대 쇼군 도쿠가와 츠네요시.
‘고양이’ 때문에 폴란드의 우파 연립정부가 붕괴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현재 폴란드는 극우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의 법과정의당(PiS)이 중심이 된 우파 연정이 집권하고 있다. 
법과정의당 정권은 집권 후 사법부를 장악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점차 권위주의화되어 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폴란드의 실권자는 대통령도, 총리도 아닌, 법과정의당 당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인데, 그는 고양이를 각별히 사랑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젊어서부터에서 3~4마리의 고양이를 키워 왔는데, 퇴근할 때 마중 나온 고양이를 껴안고 즐거워하거나 하원 의사당 안에서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의 고양이 사랑은 ‘광기와 집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라고 한다.
문제는 카친스키가 자신의 동물사랑을 국가정책으로 밀어붙이면서 발생했다. 법과정의당이 ‘보스’인 카친스키의 뜻을 받들어 동물보호법을 지난 9월 17일 하원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과정의당은 동물보호법에 부정적이던 연정 파트너들 대신 야당과 손을 잡는 무리수를 저질렀고, 이에 격분한 연정 내 2개 소수 정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가을 총선으로 구성된 현 연정에서 법과정의당은 총 460개 의석 중 198석에 불과해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정당들이 이탈할 경우 새로운 총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폴란드의 동물보호법에 대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이 법이 유례없이 강력한 ‘동물보호’ 조항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의하면 가죽을 얻기 위한 동물 농장 운영이나 서커스에 동물을 동원하는 것이 금지된다. 심지어 개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줄을 묶어두는 행위, 종교 행사를 위한 제단에 고기를 올려놓기 위해 도축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때문에 농촌과 종교계의 반발이 나오자,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연정 내 소수 정당들도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법과정의당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있지만, 당수인 카친스키는 동물보호법에 반대표를 던진 자당 의원 7명을 출당(黜黨)시키라고 명령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동물보호법을 계기로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폴란드의 동물보호법 사태를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일본 도쿠가와 막부의 제5대 쇼군(將軍)인 도쿠가와 츠나요시(德川綱吉.1646~1709년. 재위 1680~1709년)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일체의 살생을 금하는 ‘생류연령(生類憐令‧쇼루이아와레미노레이)’이라는 법령으로 악명을 떨쳤다. 츠나요시가 이런 법을 공포한 것은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쇼군의 어머니가, 츠나요시에게 후계자가 될 아들이 생기지 않자, ‘후사(後嗣)가 생기려면 살생을 금하고 선행을 쌓아야 한다’는 승려 류코우(隆光)의 말에 따라 이런 정책을 권유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츠나요시는 1685년 “쇼군이 지나가도 개와 고양이가 다녀도 괜찮다. 앞으로는 묶어두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법을 공포했다. 이건 동물들에게 대단한 특혜를 베푸는 것이었다. 쇼군이 지나가는 길에 사람이 얼쩡대다가는 경을 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1687년에는 본격적으로 동물의 살생을 금지하는 ‘생류연령’을 공포했다. 츠나요시는 특히 개에게 관대했는데, 여기에는 그가 개띠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개를 때리거나 죽이는 것이 금지된 것은 물론이고, 개가 죽으면 주인이 직접 좋은 장지(葬地)를 골라 묻어주도록 법령으로 강제했다. 개가 병사(病死)해도 주인을 처벌했다는 얘기까지 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1695년에는 개, 고양이, 소, 말의 호적대장을 작성하도록 했고, 에도성 서쪽 나카노 지역에 약 100만 평(여의도 넓이의 1.14배) 넓이의 유기견(遺棄犬) 보호시설도 만들었다. 떠돌이 개 약 10만 마리를 치료하고 먹여주며 재워주는 관청도 설치했는데, 개를 먹이는 데 연간 금 9만 8000 냥이 들었다고 한다. 또 애완견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리들로 하여금 개들을 모시고(?) 야간 산책을 하도록 했는데 이때는 비싼 고래기름으로 등불을 밝혔다고 한다.
1692년에는 '강아지가 말이나 사람에게 밟히지 않도록 개집에 넣어둘 것'을 규정한 법령이, 1694년에는 개를 유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버려진 개는 주운 사람이 기르도록 하는 법령이 공포됐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애완견이나 말, 가축에 상처를 입힌 자를 처벌하는 법령, 닭‧조개‧새우 요리를 금하는 법령‧조개‧장어 등의 채취‧판매 금지하는 법령 등이 차례로 제정됐다. 어떤 생물이든 학대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자식의 병에 특효약이라는 민간요법에 따라 제비를 잡아 먹인 아비가 처형되고 그 자식도 추방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개나 고양이 등을 죽였다가 도망가거나 죽은 사람이 1만 명에 이르렀다는 설도 있다. 심지어 동물들에게 짐을 지우는 행위도 금지했다.
근래에는 츠나요시의 이런 극단적인 동물보호에 대해, 메이지유신 이후 신정부가 에도막부를 폄훼하기 위해 과장한 측면이 강하다는 반론도 있다. 츠나요시의 동물보호 법령은 135차례 발표됐지만, 24년간 실제 처벌 건수는 72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츠나요시의 조치가 동물보호의 선구적 조치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는데, 하여튼 동물들은 살맛, 백성들은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츠나요시는 1709년 63세로 세상을 떠날 때 “100년 뒤에도 이 법이 존속되게 하라”고 유언했지만, 그가 죽은 지 열흘 후에 ‘생류연령’는 폐지되었다.

입력 :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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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 ‘어제 오늘 내일’

ironheel@chosun.com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습니다. 2000년부터 〈월간조선〉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한국현대사나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써 왔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국과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45권의 책을 소개하는 〈책으로 세상읽기〉를 펴냈습니다. 공저한 책으로 〈억지와 위선〉 〈이승만깨기; 이승만에 씌워진 7가지 누명〉 〈시간을 달리는 남자〉lt;박정희 바로보기gt;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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