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인천지역본부 산하 '영종도 공급관리소' 소속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월간조선>을 통해 공개된 가운데, 공사가 이 직원의 확정 판정 사실을 쉬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최대한 감추려 했다는 의혹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월간조선>은 인천 방역 당국으로부터 한국가스공사 '영종도 공급관리소' 직원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팩트 체크를 위해 가스공사 인천 관리부서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담당자와 통화를 해보라며 인천 생산기지 관계자를 연결해 줬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에 감염된) 그분은 기지본부 소속이 아니라, 지역본부 소속 직원 같은데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때 시간이 오전 9시 44분이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오전 10시 59분 가스공사 본사 안전보안처 재난총괄부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영종도 공급관리소' 소속 직원이 코로나에 걸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담당자가 회의 중이니 연락을 줄 것이라고 했다.

담당자는 오전 11시 30분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 '영종도 공급관리소' 소속 직원이 26일 오전 5시에 보건소로부터 확정 판정을 받았고 이 사실을 파악하자마자 해당 근무지의 방역을 완료하고, 직원들도 모두 검사를 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실을 인천지역 직원 전원에게 알렸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왜 오전 9시 44분에 기자와 통화한 인천 생산기지 관계자는 "감염 직원의 소속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을까. 혹시 함구령이 떨어진 것일까.

이와 관련 가스공사 본사 관계자는 "감염된 직원은 인천지역본부 소속"이라며 "인천지역본부에는 양성판정 사실이 밝혀지자 마자 알리고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인천 생산기지는 송도에 섬 처럼 떨어진 조직이고 별도의 조직이라 해당 부서 간부들 한테 전파해서 직원들에게 알리라고 했다. 모르고 있었다면 시간차 때문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월간조선>이 통화한 인물은 간부급이었다.  아무리 '섬' 처럼 떨어져 있는 인천 생산기지 관계자라고 할지라도 직원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 간부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긴 하다.

또 가스공사는 평소에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전 직원에게 공지사항을 띄운다고 한다. 그런데 직원의 감염 사실을 감염자가 근무한 인천지역본부 직원에게만 알렸다고 했다.

왜 전직원에게 알리지 않느냐고 물으니 "현재 재택근무 중이라 사내 공지를 띄워도 회사에 나와야만 볼 수 있는 상황을 고려했다"며 "해당 부서 간부들에게 알려, 직원들에게 전파하라고 한 상태"라고 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알리려고 마음만 먹으면 알릴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간단한 방법 하나를 꼽자면 문자를 보내면 된다. 대부분 회사는 비상상황 시 가동하는 전파시스템이 존재한다. 비상 연락망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재택근무자들에게는 어떻게 업무지시를 하나.

가스공사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방역 관리를 강화한다면서 금주부터 주말 교통수단(KTX, 전세버스)도 제공하지 않을 것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만큼 직원들의 코로나 감염을 염려하는 회사가, 직원이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를 재택근무 등을 이유로 공지하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날 코로나 감염자가 400명대로 급증하면서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현행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선 터라 더욱 그렇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코로나방역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고 이번 확진자 발생에 있어서도 방역수칙과 메뉴얼에 따라 신속히 조치를 완료했다"며 "직원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앞서 한국전력은 코로나 감염자 일부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